실업과 취업난에 시달리는 한국 남성의 현실을 풍자한 코믹 드라마가 나란히 선보인다.
21일 첫 방송하는 SBS ‘불량주부’(연출 유인식 장태유)는 ‘마초’같던 남자가 실직 후 전업주부로 변신하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그린다. ‘파리의 연인’의 강은정 작가가 만화를 토대로 썼다. 23일부터 방송하는 MBC ‘신입사원’(연출 한희)은 백수로 살다 전산오류 덕에 대기업에 수석 입사한 청년의 분투기. 주인공 에릭의 말을 빌면 "주성치식 코미디에 만화 ‘열혈강호’를 섞어놓은 듯한" 이 작품은 ‘발리에서 생긴 일’의 김기호·이선미작가가 썼다.
‘불량주부’ 손창민, ‘백수출신 신입사원’ 에릭 못지않게, 각각의 상대역을 맡은 신애라와 한가인의 이미지 변신도 눈길을 끈다. 남편대신 생활전선에 뛰어든 억척 아줌마 역으로 5년만에 안방극장을 찾는 결혼 10년차 주부 신애라, 4월 탤런트 연정훈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로, 모처럼 밝고 당찬 신세대 여성 역을 맡은 한가인을 만나봤다.
◆‘불량주부’의 신애라 = "5일 결혼 10주년을 맞았어요. 애 키우고, 남편(차인표) 뒷바라지 하느라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과 드라마 한, 두 편 출연한 것 말고는 활동이 뜸했죠. 전 아내와 엄마로 사는 게 참 편해요. 남편이 며칠 전 ‘극중 미나처럼 당신이 밖에서 돈 벌어오고 나는 집에 들어앉아 불량주부 해볼까’ 하던데, 저는 절대 그렇게 못할 거 같아요.
쉬면서 드라마를 많이 못 봤어요. 아이 때문에 TV를 남편 방에만 모니터링용으로 놓고 거실에선 없앴거든요. 그래도 같은 주부인 김희애 유호정 오연수씨 나오는 드라마는 좀 봤는데, 극에 몰입하기보다 ‘저 장면 찍을 때 얼마나 추웠을까’ ‘저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웠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난 다시 활동하기 어렵겠구나’ 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또 돼요. 연기가 천직인가 봐요.
‘불량주부’는 남편도 이런 드라마 주인공 좀 해보고 싶다며 탐낸 작품인데, 정말 만족해요. 얼굴의 주름살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에요. 앞으로 주인공의 엄마, 할머니 역까지 해봤으면 좋겠어요."
◆‘신입사원’의 한가인 = "작년 KBS 주말극 ‘애정의 조건’에 출연하면서 비로소 ‘연기자’가 됐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억울하고 힘들어도 할 말을 못하는 은파를 보며 많이 답답했어요. 잘 웃고, 당당한 역할을 맡아보는 게 소원이었죠. 밝고 경쾌하게 제 또래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신입사원’이 바로 그런 드라마에요. 미옥은 파출부로 일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상고를 졸업했지만 일과 사랑을 스스로 찾아가는 여성이에요.
그런 미옥도 초반에는 순정을 바친 봉삼(오지호)에게 차이고 자살을 시도해요. 5일 밤 동작대교 난간에 매달려 그 장면을 찍었어요. 연정훈씨랑 부모님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직접 다리 난간에 올라갔어요. 안 그러면 미옥이 느끼는 두려움과 슬픔을 제대로 알 수 없을 것 같아서. 제 성격, 은파랑 영 딴판이죠?
결혼 준비요? 둘 다 바빠서 사진촬영이나 신혼여행은 이 드라마 끝나고 하려고 해요. 정훈씨가 11월 군에 입대하니까 제가 ‘신입사원’ 끝나면 %B쉴 거라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좋은 작품 있으면 또 할래요."
김대성기자 lovelily@hk.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