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시 건설 계획과 신규 분양시장 열기 등에 힘입어 건설업계의 골치 덩어리인 미분양 물량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다. 특히 경기 분당, 용인 등 판교 후광 효과가 기대되는 수도권 지역에서 미분양이 100% 해소되는 등 신규 분양시장에서 불기 시작한 훈풍이 미분양 시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1월말 현재 전국의 미분양 가구는 총 6만7,353가구로, 지난해 말 6만9,133가구에 비해 2.6% 감소했다. 6개월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분양 아파트는 침체된 시장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들로, 입지 여건이 우수한 단지들이 많은 만큼 실수요자들이라면 미분양 물량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판교발 훈풍 = LG건설이 지난해 용인시 신봉동에서 34~36평형 401가구를 분양한 ‘신봉자이3차’는 최근 미분양 가구가 모두 팔렸다. 지난해 11월 초기 청약률 60%를 기록한 지 4개월 만에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낸 것이다. 분양 관계자들은 판교 청약자격 강화 등으로 판교 입성을 포기하는 대기수요가 몰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말 남양주 퇴계원에서 분양한 '쌍용 스윗닷홈'은 정부가 남양주 별내지구를 판교급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호재가 겹치면서 50%에 달하던 미분양 물량이 최근 30% 선까지 떨어졌다.
고양시 벽제동에서 분양중인 풍림 아이원도 최근 수요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분양 초기 20%던 계약률이 최근 60%선까지 올라섰다.
현대산업개발이 용인 상현동에서 분양중인 '수지 아이파크'도 1월 16채가 팔린 데 이어 2월 44채로 계약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용인 성복동 '경남 아너스빌'도 지난해말 절반에도 못미쳤던 계약률이 최근 급등, 80%선에 달하고 있다.
성남시 성남동 올림픽아파트를 재건축한 '금호 어울림'도 미분양이 크게 줄었으며 화성 동탄신도시 2차 분양 단지들도 동탄3차 분양이 본격화하면서 미분양이 거의 다 팔렸다.
◆ 기업도시 호재 = 기업도시 열기가 일고 있는 지방시장에서도 미분양이 속속 팔려나가고 있다.
LG건설이 전북 익산시 어양동에서 분양중인 '익산자이'(33~56평형 749가구)는 기업도시 유치 등의 호재와 소비심리 회복세에 힘입어 최근 보름새 저층 매물까지 소화가 되면서 34평형 150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익산시 일대에 한양방 특구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데다 ㈜하림이 익산시와 함께 농축산 기업도시를 조성키로 발표하는 등 기업도시 건설 개발호재가 겹친 덕이다.
김보인 분양소장은 " 지난해말 꽁꽁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이 최근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아직 서울 수도권 지역처럼 큰 폭의 움직임은 아니지만 지방도 활기를 되찾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주도 공공기관 이전 후광 효과가 기대되고 있는 가운데 대림산업이 분양중인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아파트도 지난해말 50%선을 밑돌던 분양률이 최근 70%선까지 상승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업체들 다양한 혜택/ 계약금 인하·중도금 무이자 "탐나네"
주택 건설업체들이 용인 등 판교 인근 지역을 포함한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의 조기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초부터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속속 해소됐지만 2·17 수도권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으로 다시 부동산 경기가 불투명해 지고 있어 남은 미분양이 골칫거리로 남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 때 7만 가구를 넘어섰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올들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업체들은 계약금 인하나 중도금 무이자 융자 등 금융혜택을 내세우며 미분양 물량의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 아파트 사업이 활기를 띠었던 용인 지역에서 업체들은 판교 신도시 인근 지역이라는 매력과 함께 2009년 용인 영덕-서울 양재 고속화도로, 2011년 지하철 신분당선 완공 등 교통여건이 개선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용인 지역에는 구성읍 동백아이파크와 상현동 수지8차 아이파크, 우림 루미아트수목원 등의 잔여 가구가 남아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동백 아이파크 잔여 가구를 중도금 무이자 방식을 적용해 선착순 분양중이다. 최근 이 지역에서 일부 업체들은 계약금 500만원에 중도금 중 50%를 무이자로 융자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 급증했던 미분양 아파트가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반전한데다 올들어 건축허가 면적도 평년 수준을 넘어서는 등 주택건설 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면서 미분양 주택의 해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1월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7,000가구로 지난해 말보다 2,000여가구가 감소했다. 미분양 아파트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만이다.
이 때문에 미분양 해소를 위한 별도의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업체들도 등장했다. 퇴계원에서 아파트를 분양중인 쌍용건설은 미분양 물량에 대해 별다른 금융지원 등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월드건설도 강서메르디앙 잔여분에 대해 계약금 일부를 잔금으로 돌리는 계약금 정액제 정도만 제시하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전반적인 주택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그동안 위축됐던 신규 주택 수요자의 시장 참여가 활기를 띠면서 미분양 해소는 물론 신규 분양시장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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