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서남아시아를 들러 18일부터 21일까지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라이스 장관은 아시아 순방 목적 전반에 대해 "미국은 아·태 지역의 안정자, 아마 유일한 안정자"라고 말했다.
한중일 3개국에 국한하면 라이스의 3개국 방문을 묶는 고리는 역시 북한 핵 문제다. 동북아의 안정을 깨뜨릴 수 있는 최대 위협 변수가 북한 핵 문제이기 때문이다. 보다 직접적으론 이번 방문은 북한의 2·10 핵무기 보유선언 이후 북한을 6자 회담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진행해온 각국의 외교적 노력에 무게를 더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한·중·일에 대북 압박 카드를 꺼낼지, 아니면 대북 유화적인 태도를 비쳐줄지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라이스 장관의 이번 3국 방문으로 6자 회담의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북한에 대한 미세한 입장 조정이 감지되지만 큰 변화는 없다.
라이스 장관은 12일 워싱턴 타임스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제공엔 신중해야 한다"고 당근 제시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라이스 장관은 특히 미국의 대 이란 인센티브 제시와 관련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며 "북한이 행동하기도 전에 지나치게 인센티브를 제공했을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1994년 제네바 핵 합의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회담장으로 나오면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선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기본 입장이다.
에번스 리비어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11일 워싱턴의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6자 회담 토론회에 참석, "미국이나 다른 6자 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이 완전히 핵 무장해제를 할 경우에만 원조 등 반대급부를 제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회담장에서 ‘열린 태도’를 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회담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북한이 이 정도의 언질로 닫힌 문을 열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라이스 장관은 11일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적대정책 포기 요구는 회담 복귀 거부를 위해 "연막을 치는 것"이라고 비난한 뒤 "북한은 이 부분에서 현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미국이 기대는 곳은 중국이다. 라이스 장관은 중국의 지도자들에게 북한의 빗장을 열기 위해 중국이 가진 지렛대를 최대한 활용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달래든 협박하든 북한을 끌어낼 현실적인 힘은 중국에 있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