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 60주년을 맞아 거창하게 출범한 ‘광복 6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사를 극복하고 화합의 미래를 지향하자는 취지 아래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준비 중이지만, 남북관계나 한일관계가 갈수록 꼬이고 있어 기념행사들이 자칫 ‘맥 빠진 전시성 행사’로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념사업추진위측은 11일 "현재 각 부처와 민간단체가 200여건의 사업을 제안해 와 검토중"이라며 "다음달초 사업 내용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측은 독립운동사 대계 편찬, 효창공원 민족공원화, 비무장지대(DMZ) 평화 포럼 등의 다양한 기념 사업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광복 60주년의 의미나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특히 ‘화해와 평화, 미래’라는 광복 60주년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남북관계 사업들이 꽉 막힌 점이 고민거리다. 추진위는 윤이상 음악제, 남북한 축구대회, 고구려 고분벽화 공동발굴조사 등의 다양한 남북사업을 구상중이지만, 지금으로선 북핵 문제로 교착된 남북 관계가 풀리기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한일관계도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 한1·중·일 청소년 문화탐방, 한류 아시아포럼 등을 추진 중이지만 독도문제, 교과서 왜곡 등으로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 행사 의미가 퇴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사 극복도 광화문 현판 철거 논란 등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한 것도 부담스럽다. 추진위는 "남북관계 등 대외적인 분위기가 좋아야 기념사업도 활기를 얻을 텐데 그렇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의 한상진 집행위원장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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