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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책 연령 분류는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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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책 연령 분류는 불합리

입력
200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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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

필립 스틸 글 · 이충호 옮김 · 시공주니어

● 너도 한번 이집트의 미라가 되어볼래?

데이비드 스튜어트 글 · 부희령 옮김 · 인디아이

● 미라존 말람 지음 · 시공주니어

어린이책에 초등학교 저학년, 고학년 하는 식으로 독자 연령층을 제시하는 관행이 있다. 출판사에서 책 표지에 표시하기도 하고 서점이나 독서관련단체에서 지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행이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알맞은 책을 고르려는 부모나 일일이 내용을 검토하지 못하고 많은 책을 구입해야 하는 도서관 담당자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이들마다 독서능력과 흥미나 취향이 다르고, 어떤 책은 나이에 상관없이 고루 읽을 수도 있는데 때로 어른들이 제시된 연령에 지나치게 얽매인다는 것이다.

그림책은 대개 4~7세로 분류되지만 어른이 읽어도 감동적인 것이 많다. 그림책을 사물 인지와 지식 습득에 도움을 주는 그림책과 정서발달에 치중하는 그림이야기 책으로 나눈다면 후자의 함축적인 글과 그림은 사람의 기본적인 심성을 건드린다. 그래서인지 숀 탠의 ‘빨간 나무’와 ‘잃어버린 것’,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 라스칼의 ‘오리건의 여행’ 등은 오히려 성인이 더 좋아한다.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책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상에 맞추어 낱말과 문장의 난이도와 주제의 범위를 조절한다. 미라에 대한 책을 예로 들어보자. ‘고대 이집트의 비밀, 미라’와 ‘너도 한 번 이집트의 미라가 되어볼래?’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이집트의 미라에만 한정해 고대 이집트인의 생사관과 미라를 만든 이유, 사회계층과 그에 따른 미라의 종류, 미라 만드는 방법, 장례 문화, 무덤, 도굴 등을 다룬다.

그에 비해 ‘킹피셔 어린이 지식책’ 시리즈의 ‘미라’는 내용이 훨씨? 다양하고 깊이가 있다. 미라를 피부, 머리카락, 손톱과 발톱이 그대로 남아있는 시체라고 정의하고 ‘인공미라’와 자연조건에 의해 미라가 된 ‘천연미라’로 나눈다. 위 책의 내용에 더해 문화권마다 다른 미라를 만든 이유, 미라 연구에서 밝혀지는 과거의 모습, 유럽의 이탄(泥炭)이나 빙하 속, 성당 지하실에서 발견되는 미라, 아시아 사막의 미라, 동굴에서 자연 건조된 북아메리카의 미라 등 전 세계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미라에 대한 내용에 이어 공산권 지도자의 미라, 원하는 사람을 미라로 만들어주는 회사, 가짜 미라 등 미라를 둘러싼 인간의 어두운 측면과 기술발달에 따른 미라 조사의 새로운 면, 미라를 대하는 태도까지 포함하여 굳이 대상 독자를 제한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초등 고학년으로 분류되었다.

독자 연령에 따른 분류는 대략적인 지침으로만 이용하기를 권한다. 그리하여 독서마저도 선행하기 위해 제학년보다 낮은 책 읽는 것에 불안해 하거나 아예 몇 학년용이라고 콕 찍어달라고 요구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우울한 소식은 안 들었으면 좋겠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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