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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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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

입력
200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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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아들에게, 스승이 제자에게, 선배가 후배에게 인생의 지혜를 이야기하듯이 들려주는 책은 시쳇말로 쌔고 쌨다. 하버드 경영대 교수 15인의 이야기를 모은 ‘하버드 졸업생은 마지막 수업에서 만들어진다’(Remember Who You Are:Life Stories That Inspire the Heart and Mind)도 그런 범주를 크게 벗어난 책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예사로 볼 수 없는 건 우선 ‘교훈’의 실체가 분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경영대 교수들이 써서 그런가. 이런 유의 책이 대개 미사여구로 치장했지만 왠지 알맹이 없는 말의 성찬이기 마련인데, 그런 외화내빈이 없다. 하버드 졸업생이라는데 얽매어, 또는 그런 자만심으로 세상을 살지 말라고 "동창회에 나가지 말라"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기업경영자로 성공할 것을 꿈꿀 졸업생들에게 "절대로 나무를 태워서 밭을 일구는 화전민처럼, 종업원 해고로 수익을 올리는 경영자는 되지 말라"고 충고하는 교수도 있다.

게다가 교수들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그렇게 나직하고 소박할 수가 없다. 글마다 솔직 담백함이 묻어 있고, 그래서 읽는 재미가 있다. 한 교수는 대학교 2학년 2학기 기말시험 경험을 털어 놨다. 다리만 빼고 몽땅 가린 새의 박제를 보여주고는 새의 이동 패턴과 식생활 짝짓기 습관, 의사소통 방법과 무리를 짓는 본능 등을 추론하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때 어떤 학생이 조교에게 바짓단을 말아 올린 자기 다리를 보여주며 이렇게 소리쳤다. "당신이 나에 대해 말해 보구려." 그 교수는 이어 세상이 바로 그 시험문제와 같다며 모든 것이 불확실할 때 판단하고 결론을 내려야 할 때가 있는 법이며 그때 필요한 것은 믿음과 용기, 확신과 결단이라고 강조한다. 등산을 즐기는 한 교수는 "산을 오르는 열정은 어느 특별한 봉우리로 오르도록 이끌어주었지만, 추락은 내가 더 높은 곳에 닿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며 "긴장을 늦추고, 주어진 삶을 즐기고 축하하라"고 조언했다. 세상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법, 목표를 세우고 자기 관리하는 법, 진정한 리더의 의미 등으로 주제를 나눠 실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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