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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트링거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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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스트링거 실험

입력
200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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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을 연상케 하는 강인한 얼굴의, 레바논계 브라질 태생 프랑스 국적의 45세 남자가 1999년 4월 침몰 직전의 일본 닛산자동차에 점령군 사령관으로 나타났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했다. 프랑스 르노가 아닌 그 할아비가 온다 해도 연간 6,000억엔 이상의 적자를 내는 회사를 살려낸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전통적 연고주의와 오만한 파벌주의를 몰아내며 인력 및 비용의 무자비한 삭감과 현장 및 수익성 제일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닛산재건 프로그램’을 밀어붙였다.

■ 카를로스 곤은 이 과정에서 언론과 재계로부터 ‘인의(仁義) 없는 냉혈 경영인’ 등 온갖 악평을 들었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으며 정확히 1년 만에 3,300억엔 흑자라는 실적으로 답했다. 기적은 매년 이어져 지금 흑자규모는 10배 이상 늘어났다. 마침내 2003년 일본능률협회는 외국인인 그를 ‘가장 이상적인 경영자’로 선정했다. 지옥의 문턱까지 간 ‘기술의 닛산’을 일본인들에게 되돌려 준 것에 대한 보답이었다.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쓰시타전기 창업주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혼다 창업주 혼다 소이치로 등 고인은 물론 도요타자동차 오쿠다 히로시 회장 등 현존하는 명망가들을 모두 제친 결과다. ‘개혁의 유전자’를 가졌다고 칭송받는 곤은 5월이면 르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금의환향한다. 닛산 CEO를 겸직한 채.

■ ‘곤 혁명’의 달콤한 세례를 맛본 일본에서 또 한번의 실험이 시작됐다. 이번 주인공은 CBS에서 기자·PD를 거쳐 사장으로 일하다 1997년 소니 부회장 겸 미국법인 사장으로 옮긴 63세의 영국계 미국인이다. 하워드 스트링거에게는 세계적 경영자로 꼽혀 온 이메이 노부유키 현 회장 겸 CEO가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잘못 읽어 무너뜨린 ‘일본의 자존심’ 소니를 중흥하는 임무가 맡겨졌다.

■ 하지만 일렉트로닉스 부문의 경쟁력 추락으로 초래된 소니의 위기를 타개할 사람으로 엔터테인먼트 전공인 그가 적합한지에 대해 논란이 벌써부터 분분하다. 이메이 회장의 ‘하드웨어와 콘텐츠 융합’ 전략이 실패로 드러난 터여서 더욱 그렇다. 이에 대한 그의 답변은 비전의 공유와 상생이다. 엊그제 은퇴한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는 자신의 후원자였던 그를 "쌍방의 입장을 서로에게 놀랍도록 잘 전달하는 탁월한 통역가"라고 평가했다. 곤의 ‘파워 리더십’이 성공한 토양 위에서 스트링거의 ‘통합 리더십’은 어떤 꽃을 피울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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