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책을 쓸 때 학자들은 대개 권력의 변동이나 경제 발전, 정치 체제의 변화에 따라 시기를 구분하고, 그에 따라 시대의 특징을 풀어가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미국 컬럼비아대 앨런 브링클리 교수는 제법 두툼한 분량의 미국통사인 ‘있는 그대로의 미국사’(원제 ‘The Unfinished Nation’·전3권·휴머니스트 발행)를 쓰면서 일부러 그런 방식을 배제했다.
권마다 붙은 ‘다양한 시작-식민지 시기부터 남북전쟁 전까지’ ‘하나의 미국-남북전쟁에서 20세기 초까지’‘미국의 세기-제1차 세계대전에서 9·11까지’라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콜럼버스 시대부터 9·11 테러까지 미국 역사의 장면들을 모두 34장으로 나누어 다채롭게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형식을 통해 그가 그려내려 한 것은 미국이 얼마나 다양하고 또 잘 통합된 나라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 초기 역사에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다양한 인종, 다양한 종교가 유입되어 갈등했지만 그 가운데서 안정된 법과 제도를 만들어내 지금까지 존속하면서 통합의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과거를 논하며’라는 이색 지면을 통해 미국 역사의 주요 쟁점에 대한 학계의 여러 견해를 소개하면서 균형 잡힌 이해를 돕는 것도 눈에 띈다. 노예제도의 기원과 본질, 대공황의 원인, 냉전, 베트남 전쟁 등 17가지 쟁점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논쟁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적절한 분량의 이미지 자료와 깔끔한 편집이 돋보이는 책이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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