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이걸 전부 한땀 한땀 바느질해서 만들다니, 참 힘들었겠다. 아기그림책 ‘누구야?’를 펴니까 그런 생각부터 든다. ‘바람부는 날’ ‘내 짝꿍 최영대’의 그림작가로 잘 알려진 정순희씨가 만든 이 책은 본문 삽화 12컷이 모두 바느질 작품이다. 취미로 전통염색과 바느질을 하던 작가가 둘째 딸 놀잇감으로 만들다가 그림책이 되었다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담뿍 느껴진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다. 동물들이 숨어있다. 공 뒤에, 이불 아래, 신문지 밑에, 바구니 안에, 신발 속에. 꽁무니만 보인다. 책장을 넘기면 누군지 알 수 있다. 고양이 토끼 강아지 병아리 이구아나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구니 안에 누구야?’ ‘수선쟁이 병아리’ ‘신발 속에 누구야?’ ‘시침 뚝 이구아나’. 짧게 반복되는 질문과 답이 꼭 까꿍놀이를 하는 것 같다.
다양한 재질의 헝겊을 써서 입체적 바느질로 표현한 동물들 모습이 살아있는듯 생생하다. 귀여운 노랑 병아리는 염색한 타조 털로, 복슬 강아지는 보풀보풀 털 투성이 헝겊으로, 초록 이구아나의 비늘과 등 줄기 돌기는 반짝이 천과 작은 구슬로 느낌을 살려 촉감이 살아있다. 우리나라 전통바느질과 서양식 퀼트, 아플리케 기법을 혼합하고 바탕 천은 얌전하게 수를 놓거나 전통 조각보 패턴으로 꾸몄다.
이 책에 쓴 헝겊은 거의 다 천연염색으로 색을 낸 것이어서 은은하고 멋스럽다. 일일이 바느질을 하다 보니 원화를 완성하는 데만 1년 남짓 걸렸다고 한다. 공들인 만큼 예쁘고 사랑스런 그림책이 되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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