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손실위험이 걱정돼 선뜻 주식시장에 뛰어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보다 위험이 크다고 알려진 선물이나 옵션거래에 많은 개인들이 주저 없이 뛰어들어 거래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2년 전부터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은행의 주가연동예금(Equity Linked Deposit·ELD)과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quity Linked Securities : ELS)은 사실 옵션거래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단지 은행의 특별한 예금상품에 가입했다고 여겼던 사람이라면, 옵션거래와 다름없는 예금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옵션거래란 옵션의 매수자가 대가(Premium)를 지불하고 일방적인 의사표시가 가능한 권리를 취득하는 거래를 말한다. 즉, 옵션 매수자는 프리미엄을 지불한 대가로 불리한 경우 권리행사를 포기하고, 유리한 경우 권리를 행사해 큰 이득을 취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취급하는 ELD의 상품조건을 살펴보자. 예금가입자는 1년 후 만기일의 주가지수가 예금 가입일 주가지수보다 떨어진 경우 원금만 지급 받고, 주가지수가 50% 내 상승한 경우엔 상승률의 2분의 1을 원금과 함께 이자로 지급 받는다. 또 만기 이전에 한번이라도 50% 이상 상승한 경우 원금과 9%의 확정이자를 지급 받는다.
예컨대 예금 가입일에 KOSPI200 지수가 100포인트고 1년 만기 후 지수가 100포인트 이하면 원금만, 지수가 140포인트면 원금과 이자 20%를, 만기 이전에 지수가 150포인트에 도달하면 원금과 이자 9%를 지급 받는다.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의 이자는 4%(세전) 정도여서 이것이 매력적인 상품으로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ELD와 ELS를 합해 수 조원이 팔렸고, 이런 초기 상품들은 1년 만기 이자가 12~17%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상품을 옵션거래로 연결하면 예금 가입자는 지수 하락 때 정기예금 이자 4%를 포기하는 대가(옵션 프리미엄)로 지수상승에 비례해 이자를 지급 받는 권리를 갖는 것이다. 단지 50% 이상 상승한 경우 예금자의 이자가 9%로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Knock-out 옵션). 결국 예금 가입자는 주가지수 콜 옵션을 매수한 것과 유사한 결과를 얻는 셈이다. 요즘 판매되는 ELD나 ELS는 조건이 더욱 복잡하게 돼 있으나, 기본 성격은 옵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조건을 세심하게 따져 볼 일이다.
김도연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선물사업본부 상품개발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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