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0일 장중 한때 1,000원선 밑으로 떨어지는 등 달러 당 원화 세 자릿수 시대가 기정사실화하면서 원화강세 수혜주가 증시의 핵심 테마주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이 장기적인 주가상승 추세를 가로막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켜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하락할 경우 달러표시 순부채(외화부채-외화자산) 규모가 큰 기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신증권은 10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원화 강세 추세가 연중 내내 계속될 것"이라며 올해 평균 환율을 달러 당 985원으로 예상했다. 평균 환율이 1·4분기 1,020원에서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985원과 970원까지 내려가고, 4분기에는 970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환율 하락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국제 원자재 수입비중이 크거나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음식료 철강 조선 항공 전력 통신업 등을 꼽았다. 음식료의 경우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원화가 강세를 보일수록 원료 수입단가가 낮아져 순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음식료 업종 가운데서도 CJ와 하이트맥주 삼양제넥스 등이 수혜주로 꼽혔다.
철강업종도 철광석 등 원료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기 때문에 원화강세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포스코의 경우 환율이 10원 내려갈 때마다 영업이익이 230억원 늘어나며, 동국제강과 INI스틸은 각각 190억원과 85억원의 순익 증가가 기대된다. 항공사도 달러 매출보다 달러 비용이 더 많은 구조인데다, 원화 강세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늘어나기 때문에 대표적인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대신증권은 "대한항공의 경우 연말 기준으로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48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85억원의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은 한진해운(외화 순부채 2조412억) 현대상선(1조7,996억원) 기아자동차(1조4,113억원) S-Oil(1조2,516억원) 등 외화부채가 외화자산보다 많은 종목을 환율 수혜주로 분류했다. KT와 SK㈜도 외화 순부채가 각각 3조1,439억원과 2조1,552억원에 달해 환율이 5원 떨어질 때마다 각각 1,400억원과 1,000억원의 수익 개선이 예상되는 유망종목으로 꼽혔다.
실제로 이날 증시에서는 하이트맥주(2.77%) 삼성중공업(7.22%) 대한항공(1.82%) 등 환율 수혜주로 지목된 종목의 주가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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