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미국을 북한보다 한반도 안보에 더 위협적인 존재로 여기고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를 얘기할 때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여론조사 결과이다. 대미 외교에 나선 김원기 국회의장과 한미의원협의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8일 미 의회 지도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2년 전쯤 발표된 이 조사가 재론됐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 의원들이 이를 거론하는 것에 대한 우리 의원들의 반응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그런 결론이 한국인들의 대미 정서를 제대롄로 반영한게 아니라는 반론에 초점을 맞춘다. 한국인 대부분은 한미 동맹에 대해 굳건한 신뢰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 보태진다. 여기엔 한미관계가 삐걱대는 것으로 비쳐지면 현 정부에 부담이 된다는 경계심이 앞서 있다.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미국 내에 한국인의 대미관 변화에 분개하는 정서가 실재함을 부각한다. 이를 통해 현 정부의 대미관계가 취약하다는 점을 은근히 드러내려 한다.
민노당은 한국 내에 반미 정서가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노당 의원으로서는 처음 미 의회를 방문한 권영길 의원은 "미국은 평화와 통일에 대한 갈망이 반미로 나타나고 있음을 잘 읽어야 한다 "고 말했다.
정치적 이해를 달리하는 정당의 특성상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도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의 대미 의식 변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단편적 이해를 바로잡으려는 초당파적 노력이 있었느냐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미국 조야 인사를 만난다고 해서 초당 외교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여야가 때론 정치적 입장차를 떠나 국익을 위한 공통 분모를 찾아가는 게 초당 외교의 참 뜻이 아닐까.
김승일 워싱턴특파원ksi8101@hk.co.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