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이런 사람들이 자칭 데이트 닥터라는 히치에게 반할 것이다. 첫째, 잇단 실연을 연애 노하우 부족 탓으로 여기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심리분석 서적에 빠져 있는 사람. 둘째, 연애 상담에는 능하지만 정작 자신의 연애문제는 해결 못하는 사람. 셋째, 실연의 상처로 사방에 ‘연애 사절’이라고 적힌 벽을 둘러 치고 있는 사람. 물론 ‘결혼이 인생의 최종 목표냐’는 식으로 연애에 도통 관심이 없는 사람 또는 이미 천생배필을 만나 정착해 ‘더 이상 연애 노하우는 필요치 않다’는 사람에게는 싱거울 지도 모른다.
재간둥이 배우 윌 스미스는 연애 관련 조언을 해 주는 미스터 히치로 등장한다. 임무는 마음에 드는 이성과 자연스레 가까워지도록 한 후 첫 키스까지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의 노하우는 어찌나 주도면밀한지 스웨덴 황태자의 애인이자, 어마어마한 상속 재산을 소유한 알레그라(엠버 발레트)와 짝사랑에 빠져 버린 키 작고 뚱뚱하고 별 볼일 없는 말단 회계사 알버트(케빈 제임스)의 데이트도 성공시킨다.
실직을 감수하고서도 그녀의 편 들어주기, 만나자는 그녀의 전화에 대고 일%F부러 바쁜 척 하기, 팔꿈치는 90도 높이에 허리 위 60㎝ 높이로 들고 춤추기 등 소소한 동작까지 코치해 주며 히치는 드디어 둘을 사랑에 빠지게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연애 노하우들은 제작진이 뉴욕 거주 남녀 10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예상 가능하듯, 히치의 문제는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것이다. 알레그라의 뒤를 캐고 다니는 연애전문 기자 사라(에바 멘더스)와 사랑에 빠졌지만 일은 꼬여간다. 개방적인 미국인, 만나면 바로 호텔에 가는 줄 알았더니 연애가 어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연애의 어려움을 절절하게 표현해 낸 에피소드에 ‘맞아, 맞아’ 맞장구 치는게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재미다.
화이트데이용 영화를 찾는다면 기꺼이 추천. 인기 TV 드라마 ‘캐빈은 12살’ 연출가 앤디 테넌트가 감독을 맡았다. 11일 개봉.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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