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조직인 ‘일진회’가 지역간 연합을 결성하는가 하면 대규모 행사를 열어 공개 성행위까지 벌이는 등 일탈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9일 경찰청이 주최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여성청소년 담당 워크숍’에서 서울 J중의 J교사는 여러 학교의 일진회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매개로 연합을 맺고 구별로 지역연합을 구성, 다시 서울지역 연합 등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중학교 2학년 일진회의 서울연합이 운영하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17개 구의 구별 연합이 소속돼 활동하고 있었다. J교사는 "일진회 광역화의 가장 큰 문제는 한 학교에서 폭력 피해를 겪거나 ‘왕따’를 당한 학생이 학교를 옮기더라도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일진회 연합은 방학 기간 등을 이용해 일일 락카페(일명 ‘일락’) 행사를 개최, 세를 과시한다. 2003년 겨울에 열린 일진회 서울연합의 행사에는 1,200여명이 참가해 행사비 규모가 1,400만원에 달했다. J교사는 행사에서 남녀 일진회 멤버들이 공개 성행위를 하는 이른바 ‘섹스머신’, 맘에 드는 상대방을 옆에 앉혀 노예처럼 시중을 들게 하는 ‘노예팅’ 등이 인기 이벤트로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폭력 행사를 일종의 놀이로 여기는 문화가 널리 퍼져 한 학생을 순간적으로 목졸라 기절시키는 ‘기절 놀이’가 벌어지고 보복 폭행, 청부 폭행도 다반사다. 활동도 점차 지능화해 중학교 일진회는 금품 갈취나 절도 수법 등을 가르치며 14세가 되기 전에는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잡혔을 때 행동 요령, 상처 없이 폭행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2002년 12월에는 서울의 2개 중학교 일진회 연합이 겨울 방학식을 끝내고 학교 숙직실에 모여 술을 마시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2002년 아폴로 눈병이 확산될 당시 일진회가 눈병을 고의적으로 전파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휴교를 노린 정황도 나타났다.
J교사는 "기존 학교별 생활지도, 교육청과 일선학교로만 이어지는 수직적·단선적 시스템으로는 학교 폭력에 대처하기 어렵다"며 "초·중·고교가 연계된 지역통합 생활지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일진회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 나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아니며 발표에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해명자료를 통해 "J교사의 발표내용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밝혔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 일진회란
일진회(一陣會)는 10여년 전 국내에 들어 온 일본 만화책에 등장한 용어로 이후 각급 학교로 전파되면서 교내 폭력조직을 일컫는 말이 됐다.
일진회는 이른바 ‘짱’과 ‘진’으로 구성되는 데 싸움을 잘하는 학생들이 순서대로 1짱, 2짱 등 ‘쌈짱’을 하고 ‘잘나가는 애들’이라는 의미의 ‘진’도 1진, 2진, 3진 등으로 등급이 있다. 학급 내에서 인정받은 일진들이 모여 학년별 일진회를 조직해 활동한다. J 교사는 "중학생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들을 눈여겨 봤다가 5학년이 되면 6학년의 추천을 통해 1차 선발하고, 6학년 때 2차 선발, 중학생이 되면 신고식을 거쳐 정식멤버로 영입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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