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하우스가 발디딜 틈 없이 인파로 북적이지만 저 중에 실제 청약할 수요자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10일부터 청약 접수가 시작되는 인천 동시분양에 참가한 한 건설회사 분양 담당 김모(43)씨. 연일 내방객들로 북적이는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실적을 걱정하고 있던 김씨는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칼과 창을 모두 빼들었는데 분양 현장 몇 곳이 북적거린다고 해서 시장이 회복됐다고 하기엔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며 "내방객은 많아도 정작 청약할 수요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여 솔직히 분양이 다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분양시장의 회복 조짐을 둘러싸고 ‘거품’ 논쟁이 일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모델하우스 분위기는 부동산 침체를 반영하듯 문을 열기가 무서울 정도로 썰렁했다. 하지만 최근 본격 분양에 들어간 인천과 경남 양산 신도시 등 지방 동시분양 현장은 인파로 넘치고 있다.얼어붙었던 분양 현장에서 오랜만에 뜨거운 청약 열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다소 이른 감은 있지만 일부에서는 "최근 분양시장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시장이 살아나고있다는 방증"이라며 신규 주택시장의 부활에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가지고 분양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을 통해 공급되는 대단지 물량이 올들어 처음 나온 것인데다, 최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난 집값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주택시장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데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자칫 군중 심리에 휘말려 무턱대고 청약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청약자들은 시장 여건 외에도 분양 현장 입지와 가격 조건 등을 꼼꼼하게 따져본 뒤 투자 목적에 맞춰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최근 분양시장은 실수요 청약과 투자 목적의 청약이 확연히 구분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거할 목적의 청약자라면 우선 분양가가 저렴하고 교통, 학교 등 주변 환경이 실제 거주에 불편함이 없는 단지를 골라 청약하는 것이 좋다. 투자 목적이라면 유명 건설사 브랜드, 대형 단지, 향후 주변 개발 계획 등을 참고해 청약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 대형업체와 중견업체 분양이 나뉜 인천 동시분양에서도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과 실수요 청약자들의 관심 단지가 엇갈리고 있다.
인천 동시분양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논현2지구에서 분양하는 ‘한화 꿈에그린’과 부평 삼산지구의 ‘엠코타운’, 남구 주안동의 ‘풍림·벽산’ 등은 대형업체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기대하는 투자 목적의 청약자들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반면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너무 비싸 청약이 부담스럽다"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계양구 작전동에서 분양하는 ‘우남 푸르미아’는 대형사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져 ‘인파 몰이’에는 실패했지만 저렴한 분양가와 입지 조건 때문에 실수요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시장 침체 상황에서는 청약 성향이 실수요와 투자 목적으로 뚜렷하게 나뉜다"며 "실수요자들은 분양가나 입지 경쟁력이 우수한 실속 있는 단지를 선별해 청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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