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예술의 메카 뉴욕의 눈이 캐나다 작가가 벌여 놓은 엄청난 스케일의 프로젝트에 쏠렸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이동식 박물관인 ‘유랑 박물관(The Nomadic Museum)’이 지난 5일 타이타닉호의 목적지였던 허드슨강 13번가 54번 부두에 등장했다. 사진작가 그레고리 콜버트(44)씨가 만든 축구장 2개 크기의 이 박물관에서 ‘인간과 동물의 교감’을 주제로 멀티미디어 전시회 ‘재와 눈(Ashes and Snow)’이 열려 성황을 이루고 있다.
전시회를 담은 ‘박물관’은 각종 재활용 재료와 148개의 강철 컨테%7이너, 18조각으로 된 지붕을 떠받히는 강력한 대형 종이 기둥으로 이뤄졌다. 이 구조물도 종이 튜브로 교회와 집을 지어 유명한 일본 건축가 반 시게루가 만든 ‘작품’이다. 작년 12월 15일부터 시작해 조립에만 세 달 가까이 걸렸다.
안으로 들어서면 길이가 200c나 되는 홀 양 옆으로 초대형 사진 200점이 관객을 압도한다. 허허벌판 사막에서 소년이 코끼리에게 책을 읽어 주는 동안 거대한 코끼리는 강아지처럼 소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사원 앞에서 춤추는 여성 위로 독수리가 웅장한 날갯짓을 하는가 하면 거대한 향유고래는 싱크로나이즈드를 하듯 나란히 헤엄친다.
하나같이 합성사진이 아닌 진짜 장면이다. 인도, 이집트, 스리랑카, 케냐, 통가, 미얀마, 남극대륙 등 33개 국을 탐험하며 잡아낸 신비한 순간들이다. 도대체 어떻게 동물들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 콜버트씨는 7일 캐나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 그대로 서로 협동하면 됩니다. 물론 촬영은 순식간이지요. 야생동물에게 마음을 열면 장벽을 허물 수 있어요. 색다른 일이 벌어지지요. 모델과 동물은 공포나 공격의 감정을 소통하지는 않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작품들은 거짓말 같은 순간을 강렬히 각인시킨다. 해변 모래언덕에 편안히 누운 여인의 하얀 목덜미 바로 위로 치%C타가 어슬렁거리는가 하면 개울가에 잠든 코끼리의 코앞에서 꼬마가 그림을 그린다. "13년간 이런 촬영을 해 왔습니다. 바닷속에서 촬영하다 향유고래의 먹이가 될 뻔한 적도 있었지요. 녀석이 가슴지느러미로 쳐올리는 바람에 100c 넘게 날아가기도 했습니다."
토론토 출신인 그는 1992년 스위스와 일본에서 사진전을 시작했지만 세계 오지 탐험에 나서면서 세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다 2002년 마침내 이탈리아 베니스의 르네상스 시대 조선소에서 사진전을 열었다. 10만 명이 다녀갈 만큼 호평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한 점에 3만5,000달러(약 3,500만 원)까지 호가한다.
뉴욕 전시회는 6월 6일을 끝으로 로스앤젤레스로 옮겨가고 베이징과 파리, 도쿄로도 건너간다. 특히 로마 교황청 전시도 계획돼 있다. "교황청에서 종교와 무관한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2,000년 만에 처음일 겁니다. 인간의 감성과 호기심은 너무나 메말라 가고 있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대자연에서 영감을 얻어야 합니다." 그는 환경운동가 지울리 코르다라와 함께 ‘바이아니말레재단’을 세워 희귀 동물 보호에도 힘쓰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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