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7일 대외정책의 대표적 매파이자 유엔 비판론자인 존 볼튼(56)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 파장이 일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에서 볼튼 차관의 유엔 대사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그는 효율적인 다자주의를 추구해온 업적을 갖고 있다"며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미국은 강력한 발언권을 지닌 최고의 외교관을 유엔에 파견해 왔다"고 밝혔다. 볼튼 지명자도 자신의 성향에 대한 여론을 의식한 듯 "나는 효율적적인 다자외교를 지지하는 사람"이라며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세계의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지명은 미국 내부는 물론 다른 국가 외교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이 유엔을 강도 높게 비판해온 그를 지명한 데에는 유엔을 길들이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그에 대해 "다자기구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을 확실하게 하는 데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 그 같은 의도를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일방주의적 외교 노선을 취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다자적 접근을 우선하는 유엔을 비효율적 기구로 못박은 지 오래다. 특히 이라크 공격 과정에서 유엔이 미국과 영국이 제안한 결의안 승인을 거부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유엔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볼튼 지명자는 1994년 연방주의자 협회 연설에서 "뉴욕의 유엔 건물이 10층을 잃는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등 유엔을 무시하는 발언을 자주해왔다. 특히 그는 부시 1기 정부 내내 북한과 이란의 핵 문제에 대해 강도 높은 대응을 주장해온 매파 중의 매파다. 북한 핵 문제가 교착 국면을 보일 경우 그가 유엔에서 대북 제재의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워싱턴 한반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의 인준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그의 지명에 즉각 반발, 인준 청문회에서의 반대 신문 기회를 벼르고 있다.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인사"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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