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대국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소니가 1946년 창사 이후 최초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했다는 소식에 일본 열도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2년 전 소니가 예상 실적을 대폭 하향조정했을 때 한차례의 쇼크가 일본 금융시장을 강타했지만 이번 충격의 강도는 그에 견줄 바가 아닌 것 같다. 전 세계 재계와 언론도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로 꼽히는 소니의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이웃인 우리의 관심도 크면 컸지 결코 작을 순 없다.
평사원에서 급성장해 1995년 선임3자 14명을 제치고 사장 자리에 오른 후 2000년 회장에 취임한 이데이 노부유키의 10년 체제를 무너뜨리고 소니 부회장 겸 미국법인 사장을 지낸 하워드 스트링거를 회장 겸 그룹총괄 CEO에 앉힌 연유는 한마디로 실적 부진이다. 가전 부문의 절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엔터테이먼트 콘텐츠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확장전략을 폈으나 이로 인해 매출의 60%를 넘는 가전 부문의 경쟁력이 급락한 게 이데이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급기야 그는 2007년까지 영업이익률을 1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난해 실적은 매출 5% 감소, 영업이익률 1%라는 초라한 결과로 나타나 궁지에 몰렸다.
흥미로운 것은 경영진의 전면 쇄신을 강요한 것이 이데이 회장이 만든 미국식 지배구조라는 점이다. 그는 2003년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사외이사가 주도하는 인사지명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여기서 경영진 교체를 주도한 것이다. 이데이 회장이 공약 불이행에 따른 위원회의 사퇴권고를 받아들이고 소니의 중흥을 이끌 새 CEO로 CBS회장을 지낸 스트링거를 선임하는데 선뜻 동의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소니의 충격처방이 어떤 효과를 거둘지는 유심히 지켜봐야겠지만, 최고경영자의 리더십과 혁신만이 글로벌 경쟁시대의 생존 코드임을 소니는 분명히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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