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대평 충남지사의 탈당은 17대 총선 이후 의원 4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자민련에겐 치명상이다.
심 지사는 김종필 전총재의 정계은퇴 이후 사실 상 당의 구심점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이미 예고됐던 일"일이라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8일 자민련 마포 당사의 분위기는 총선 직후의 참담함을 능가했다. "창당 10년만에 결국 공중 분해되는 것 아니냐"는 탄식도 흘러나왔다. 소속 의원들의 연쇄 탈당설은 이를 더욱 증폭시켰다.
외유 중인 김낙성, 류근찬 의원의 경우 신당 합류설이 계속 흘러나오는 가운데 측근들은 "연락이 안돼 정확한 의중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 지사가 최근까지 이들을 꾸준히 접촉해왔다는 점은 탈당쪽에 무게를 싣게 한다. 다만 이인제 의원의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당분간 관망자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JP가 자민련의 손을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그는 비록 정치를 떠났지만 충청권에서의 영향력은 남아 있다. 신당이 창당되면 자민련과 신당 간에 ‘JP 적자’ 논란이 벌어질 판이다. 현재 하와이에 머물고 있는 JP의 의중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자민련이 김학원 대표 혼자 당을 지키는 1인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 지사의 탈당을 "배신행위"라고 성토하고, 당 사수 의지를 밝혔지만 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앞서 지난해 6월 김학원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당은 계속 표류했다. 김 대표는 ‘선(先) 당 쇄신’을 요구해온 심 지사와 계속 갈등을 빚었다. 4·30 재보선에서의 권토중래를 위해 두 사람이 손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한 때 있었지만 결국 심 지사가 등을 돌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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