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대전시장과 심대평 충남지사가 8일 나란히 탈당하면서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중부권 보수신당이 태동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포스트 JP’로 불리는 심 지사가 나선만큼 창당의 초읽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는가 하면 소문만 요란한 ‘찻잔 속의 태풍’이라는 회의론도 무성하다.정치권, 특히 충청권 인사들은 중부권 신당이 생길 여건은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반(反)한나라당·비(非)자민련·무(無)열린우리당’의 지역 민심을 추스를 지역정%B당 요구가 무르익었다는 것이다. 정진석 전 의원은 "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이기주의에 충청권이 휘둘리고 김종필 전 총리까지 자민련의 총선참패로 정계를 은퇴하면서 지역민심이 표류하고 있다"며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요구가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심 지사의 탈당을 이 같은 지역정서를 정치세력으로 묶어내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신당 추진파인 한 인사는 "간판은 심 지사가 맡고 조직, 자금 등은 조부영 전 국회부의장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이전에 창당해 선전하면 차기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쥘 수 있다"고 기대했다. 지방선거를 통해 충청, 특히 대전·충남의 지역대표성을 확보해 1997년의 ‘DJP연합’과 유사한 형태의 대선지분을 챙기겠다는 속내다.
이에 따라 심 지사를 축으로 한 신당세력은 충남의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정진석 전 의원과 이명수 전 충남부지사를 당선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심 지사측은 "정 전 의원은 심 지사의 고향인 공주·연기에 출마해 우리당 후보에 맞서더라도 승산이 충분하다"며 "두 곳 중 한 곳에서만 이겨도 신당바람은 그냥 불게 돼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대로 결과가 나올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염 시장만 해도 탈당은 했지만 "지역정당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며 신당에 부정적이다. 시장 재선을 노리는 염 시장은 오히려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더 높다. 새 인물이 없는 인재풀의 한계는 더욱 치명적이다. 신당측은 지역 내 한나라당이나 자민련 소속 의원 등을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조심스럽다.
신당의 중심에 서 있다는 조부영 전 부의장조차 "말처럼 당을 만들기가 쉽냐"며 말끝을 흐렸다. 충북 출신의 한 전직의원은 "심 지사가 신당을 만들 생각이었다면 지난해 총선 직후 지사 직을 버리고 나섰어야 했다"며 "심 지사가 총리직 등 여권과의 빅딜을 노리며 신당설을 부풀린다는 얘기도 있다"고 의심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 심대평 지사 일문일답
_신행정수도 ‘올인’을 위해 탈당한다는 점이 이해가 안된다. 다른 이유가 있나.
"자민련에 있다고 행정수도 올인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큰 대의를 실현하기 위한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
_탈당과 관련해 중부권 신당설이 나오고 있다.
"상생이라는 말이 낯선 상황에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세력이 필요다는 점에 공감한다. 그런 정당에는 몸 던져 동참할 용의가 있지만 특정지역만 상정한 정당은 생각해본 적 없다."
_염홍철 대전시장과 신당과 관련한 교감이 있었나.
"염 시장과 신당 창당을 논의한 적은 없다. 다만 신행정수도 건설의 성공을 위해서는 충청권이 결속해야 한다는 이심전심은 갖고 있다."
_손학규 경기지사와 상생협약을 맺은 것도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자치단체간 협력은 정치적 의미도 있지만 경기도와 맺은 상생협약은 경쟁하는 자치단체들이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모범을 보인 것이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이다."
_열린우리당이 심 지사의 탈탕에 호의적인 반응이다.
"충청권 출신 의원들이 호의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어느 정당을 가려 했다면 자민련에 남아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_김종필 전 명예총재와 사전논의를 했나.
"JP는 이미 정치를 떠난 분인데 논의했다 해도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지 않나. 예의를 갖추는 정도였다고 이해해달라."
대전=허택회기자thheo@hk.co.kr
■ 염홍철 시장 일문일답
_탈당을 결심한 이유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 통과로 다행히 신행정도시 건설이라는 불씨는 살렸으나, 한나라당은 여전히 신행정수도에 부정적이다. 지역 정서나 정치적 신념이 맞지 않는 당과 함께 하는 게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_한나라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는 있었나.
"이재선 대전시당 위원장을 통해 탈당계를 중앙당에 전달토록 했다. 행정도시 건설에 협력한 박근혜 대표에게 미안하다. 탈당의 소회를 담은 편지를 박 대표에게 보내겠다."
_심대평 충남지사와 사전 교감은.
"탈당을 놓고 구체적인 협의는 없었으나 서로 탈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교감은 이심전심으로 있었다. 심 지사의 공식 일정 때문에 당초 예정일보다 하루 늦어졌다."
_중부권 신당론에 동의하나.
"일각에서 중부권 신당 창당론을 거론하고 있으나 깊게 생각해 본 적 없다. 중부권이 의미하는 실체를 잘 모르겠다. 단순히 지역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면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_이해찬 총리의 입당 제의가 있었다는데.
"총리께서 열린우리당 입당을 권유한 적은 절대 없다. 심대평 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_신행정수도 건설에 매진한다는 의지는 여당 행을 의미하나.
"일단 무소속 시장으로 남겠다. 신행정수도 건설을 대전시정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전력투구하겠다. 다른 당 입당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여당행을 뜻한다고 단정짓지 말아달라.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단과 곧 거취 등에 대해 논의해 행보를 구체화할 생각이다."
대전=최정복기자 cjb@hk.co.kr
■ 우리당 "충청표 잃을라" 내심 긴장
심대평 충남지사, 염홍철 대전시장의 탈당과 중부권 신당 창당론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겉으론 "파괴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선거구도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는 8일 "신당이 되려면 비전과 인물이 같이 있어야 한다"며 신당의 잠재력을 폄하했다. 충청권 의원들도 "신당론은 자민련의 아류를 만들자는 것에 불과하다"(문석호 의원), "지역정당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고, 충청권을 대변하는 해법이 될 수 없다"(박상돈 의원)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심으론 지난 대선 이래 행정도시 건설을 앞세워 붙잡고 있던 충청권 민심이 이로 인해 일부 이반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의원은 "심 지사가 창당한 신당이 내년 충청권 지방선거에 독자후보를 낸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장담할 수 없다"며 "신당의 존재는 차기 대선까지 여당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은 염 시장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표출했다. 동시에 일각의 손가락질을 받아가면서 행정도시법 처리에 찬성하는 등 충청권에 공을 들여왔는데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도 컸다.
당내에는 이번 사태가 충청권의 여당 지지기류에 변화를 가져오는 등 호재가 아니라 악재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심 지사의 ‘관료적 성향’이나 행정도시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지방선거나 2007년 대선에 가서 결국 심 지사가 여당과의 연대를 택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 적게나마 갖고 있는 당의 충청권 지분이 사실 상 사라져 버릴 것이란 얘기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최문선기자 mo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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