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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SBS 14연승 주역 단테 존스/ "원맨쇼는 없어요…동료들이 살아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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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SBS 14연승 주역 단테 존스/ "원맨쇼는 없어요…동료들이 살아난거죠"

입력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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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5명 전원이 코트에서 하나가 돼야 하는 팀 스포츠죠."

공자님 말씀이 아니다. 프로농구 안양 SBS의 14연승의 주역 단테 존스(30)의 지론이다. 7일 서울 이태원에서 만난 그는 코트 안에서의 개성 있는 플레이와 달리 모범답안만 쏟아냈다. 연승 신기록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한국 농구 판도변화의 주인공이라는 칭찬에도 대답은 한결 같았다. "농구에서 원맨쇼는 없어요. 제 합류를 계기로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가 살아나 휴화산이던8 팀이 활화산이 된 것 뿐이죠."

입버릇 같은 이 말이 느끼하지 않은 이유가 뭘까. 그것은 존스가 팬들의 사랑을 한껏 받는 비결이기도 하다. 존스의 매력은 빼어난 농구 실력과 함께 코트 밖에서의 훈훈하고 다정다감한 인간미에 있다. 특히 잘난 척 하지 않는 그의 겸손에 후한 점수를 주는 팬들이 많다.

SBS가 부산 KTF를 누르고 프로농구 사상 첫 12연승 고지를 밟은 지난 1일 안양실내체육관. 대기록 달성을 알리는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자 존스가 몸을 돌린 곳은 SBS가 아닌 KTF 벤치였다. 추일승 감독에게 정중히 악수를 건넨 존스는 경기 중에 거친 몸싸움과 신경전을 거듭했던 KTF의 용본병 게이브 미나케의 처진 어깨를 어루만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맞붙어 싸웠다고 진짜 적은 아니잖아요. 함께 플레이 하는 동료와 경기 후 예를 다하는 건 당연하죠. 가식적인 쇼맨십이라 욕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팬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니까요." 세심한 동업자 정신. 그래서 사람들은 ‘존스가 한국농구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거창한 말에 별 거부감이 없다.

요즘 SBS의 홈인 안양실내체육관은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만원 사례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매표소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는 3점슛과 2점슛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줌마도, 농구에 관심 갖기는 이충희 김?%7痴? 선수 시절 이후 처음이라는 아저씨도 있다. 그야말로 단테 신드롬. 이 덕에 연전연승과 입장료 수입 증대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동광 SBS감독과 구단측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손사래다. "저 때문에 오신다기보다는 팀의 연승 기록을 보러 오시는 거죠. 제가 그리스나 푸에르토리코 등 여러 나라에서 활동했지만 한국 팬처럼 관전 태도 좋고 열광적인 곳도 없어요."

존스가 경기하는 날에는 로열석이 따로 있다. 라커룸과 연결된 통로쪽 좌석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치열한 자리 쟁탈전의 ‘전리품’은 존스의 헤어 밴드. 처음엔 경기가 끝나고 팬?%“? 줬는데 반응이 좋자 이젠 전반 끝나고 라커룸에 들어갈 때나 경기 전에도 벗어 준다. "땀 잔뜩 밴 헤어밴드를 드릴 때 좀 죄송스럽기도 해요. 그런데 다행히 다들 좋아하세요. 잘 간직하시길 바랄 뿐이죠."

존스의 팀내 별명은 DJ다. 동료가 그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는데 존스는 대만족이란다. "한국의 전 대통령의 약칭이 DJ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그 분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건 오늘 처음 들었어요. 어떤 분인지 꼭 한번 만나고 싶네요." SBS 관계자는 내년 시즌 존스와 재계약이 성사되면 ‘DJ 헤어밴드’를 만들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한국행을 망설이던 존스의 마음을 움직인 건 팀 동료 주니어 버로의 전화 한 통화. 존스와 버로는 미국프로농구(NBA)를 비롯해 그리스 등 다른 나라 리그에서 함께 뛰며 끈끈한 우정을 쌓은 사이다.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버로는 제 든든한 동반자이자 우상이죠. 그런데 막상 한국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니 버로에게 많이 미안해요." 애초 존스가 ?%7綺穎? 인터뷰를 거절했던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고 둘 사이가 서먹해진 건 아니다. 이날도 버로와 함께 이태원에 나와 쇼핑과 수다를 즐긴 존스는 "내년 시즌에도 버로와 함께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어쩌면 ‘단테 신드롬’은 용병 한 사람에 좌지우지될 정도로 허약한 체질을 가진 한국 농구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존스가 우리 농구를 우습게 여긴다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절대 아니에요. 한국 농구는 굉장히 빠르고 슈터들의 능력도 가히 세계적이죠. 물론 체격이 작은 점이 아쉽지만 그건 어쩔 수 없잖아요." 존스는 대구 오리온스의 김승현과 서%B울 삼성의 서장훈을 눈에 띄는 선수로 꼽았다. "김승현은 재치있는 플레이와 코트 장악력이 인상적이고, 서장훈은 슛도 정확하고 목 보호대를 차고도 열심히 뛰는 모습이 정말 프로다워요."

가는 곳마다 팬들의 환호에 파묻히는 그. 가족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낮아지고 잠시 말이 끊겼다. 존스는 현재 미국에 아내 자밀라(26·비서)와 함께 두 딸(1, 9세)을 두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한다지만 애당초 그렇게 달래질 그리움이 아니다. "어쩌겠어요. 참아야죠. 이게 제 직업인데요. 19일께 아내가 한국에 올 거예요. 요즘은 팀 연승 세는 것보다 아내 올 날 헤아리는 게 더 설레요."

김일환기자 kevin@hk.co.kr

■ 단테의 실력/ 득점·가로채기 1위…서전트 점프 1m 넘어

SBS의 14연승을 이끌고 있는 단테 존스는 올 시즌 기록으로만 봐도 ‘최고용병’임을 알수 있다. 8일 현재 14경기에 출전, 규정경기(27경기)를 채우지 못해 순위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존스는 득점력과 리바운드, 스틸, 블록, 야투성공률 등 공수 각 부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득점력은 경기당 평균 29.78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득점기계’ 네이트 존스(오리온스·28.4점)를 앞선다. 포워드인 존스는 1c이상의 가공할 만한 서전트 점프를 앞세워 평균 12.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웬?%B맨? 용병 센터들을 제치고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패싱 라인을 빠르게 읽어 중간에서 재치있게 끊는 가로채기는 이 부문 1위인 김승현(오리온스)을 능가하고 있다. 블록슛은 크리스 랭(SK)에 못 미치지만 평균 1.08개로 6위 수준. 김동광 SBS감독은 "존스는 국내 코트를 거쳐간 160여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각 부문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던 용병들을 합쳐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희정기자 hjpark@hk.co.kr

■ 단테는 누구/ 1996년 드래프트 21번으로 NBA행

단테 존스(194cm 101kg)는 1975년 6월2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태어났다. 미시시피 주립대학 3학년 때인 96년 미국대학농구(NCAA) 64강 토너먼트에%서 팀을 4강에 올리며 주목 받았다. 같은 해 미국프로농구(NBA)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1번으로 뉴욕 닉스에 지명됐다. 3학년인 데다 왼발 수술 병력이 있어 선발돼도 출전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코비 브라이언트(LA레이커스),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이 드래프트 동기.

96년 NBA 첫 해 부상으로 한 경기도 못 뛴 존스는 보스턴 셀틱스로 이적한 97~98시즌에는 총 15경기에서 평균 2.9득점 0.6리바운드에 그쳤다. 이후 NBA를 떠나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푸에르토리코, 그리스 등 8개 리그에서 맹활약했다. 2004년 미국으로 돌아온 존스는 하승진(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이 %한 때 뛰었던 NBA 하부리그 ABA에서 득점왕(경기 당 평균 31.3점)에 오르며 한국프로농구 팀의 주목을 받아 올해 2월 매달 2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SBS에 둥지를 틀었다. 단테(Dontae)란 이색 이름에 대해 존스 본인은 "어머니가 프랑스풍으로 지어주셨는데 그 의미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김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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