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종가’ 삼양식품이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1998년 9월 과다 부채에 따른 인한 재무구조 악화로 화의에 들어간 지 6년 반 만인 지난달 25일 법원에 화의 종결을 신청했다. 또 1월에는 주력 브랜드인 삼양라면의 월간 판매량이 89년 ‘우지 파동’ 이후 15년여 만에 처음으로 100만 박스(30개입 기준)를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보다 20.69%나 증가한 2,74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3,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삼양식품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부채 감소,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 대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 등 때문에 가능했다.
삼양식품은 화의 기간중 계열사인 삼양유지사료와 원주 파크밸리골프장을 매각, 화의 개시당시 7개였던 계열사를 3개로 줄였다. 그나마 남아있는 삼양농수산, 삼양축산, 원조운수 등 3개 계열사는 라면 생산과 운송에 꼭 필요한 회사들이다. 또 98년 2,500명에 달하던 직원을 1,900여명으로 줄이고,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 사옥과 터 등 각종 부동산을 매각했다.
이를 통해 3,351억원에 달했던 채무 가운데 98.5%인 3,302억원을 변제, 이자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고 덕분에 운영자금이 늘어났다. 삼양식품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월 5억원이던 광고예산을 월 8억원으로 늘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감행한 것. 삼양식품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전파를 탄 ‘멀티스팟’(한 제품의 광고를 여러 편 제작해 동시에 내보내는 기법) 광고의 반응이 좋았고, 할인점 등에서 진행한 다양한 판촉 마케팅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주주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도 회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화의 개시 이후 창업주인 전중윤 회장 일가 보유분을 포함해 삼양식품의 우호지분은 75만주(12.97%)에 그쳤으나 최근 전 회장의 큰며느리인 김정수 부사장 등 대주주 일가가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던 444만주(70.9%) 가운데 205만주(32.8%)를 매입, 전체 지분의 44.8%를 확보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회복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화의 상태에서도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라면 종가로서의 명성과 자존심을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1년 설립된 삼양식품은 63년 국내 최초로 삼양라면(당시 개당 10원)을 생산, 1980년대 중반까지 국내 라면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했다. 그러나 농심이 안성탕면, 너구리, 신라면 등을 생산하기 시작하고 우지 파동까지 겹치면서 매출이 급감, 현재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에서 모두 농심(73%, 1조800억원)보다 크게 뒤지고 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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