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럽에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베이스 전승현(32)이 서울에서 첫 독창회를 한다. 17일 LG아트센터에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베르디와 바그너의 오페라 아리아를 노래한다.
유럽에서는 그는 ‘아틸라 전’으로 통한다. 베르디 오페라 중 유일하게 베이스가 주인공인 아틸라, 5세기 유럽을 정복한 훈족의 왕 이름이다. 스승인 강병운 서울대 교수가 커다란 기대와 확신을 갖고 지어준 이 이름대로 그는 유럽에서 빠르게 성장중이다.
대학원?8에 다니던 1997년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 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하면서 길이 열렸다. 당시 심사위원의 눈에 띄어 이듬해부터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의 주역으로 활동중인 그는 지난해 한국인 남자성악가로는 처음으로 최고의 무대인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에 주역으로 입성한데 이어 올해 다시 초청받아 지난달 ‘탄호이저’의 영주로 출연했다. 이 공연의 성공으로 라 스칼라로부터 2007년까지 ‘보리스 고두노프’ ‘이도메네오’ ‘돈 조반니’ 등 5편의 출연제의를 받았다. 이중 3편은 라 스칼라의 음악감독 리카르도 무티가 직접 지휘한다.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인 ?%B뗌?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도 1999년부터 5년 연속 섰다. 이밖에 지휘자 고 주세페 시노폴리가 지휘한 로마 오페라극장의 ‘발퀴레’(1999년),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지휘한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2001년)등 그의 무대 이력은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30대 초반의 나이를 생각하면 남보다 일찍 성공한 셈인데, 그는 실력보다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오페라로 인정받기는 참 어려워요. 독일이나 이탈리아에서 외국인 특히 동양인 가수는 단어 하나 발음만 이상해도 당장 트집을 잡히죠.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소프라노나 테너?0? 화려함에 비해 저음 가수인 베이스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 그런 베이스의 매력은 뭘까?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하고 중후하죠. 보통 베이스 흉내낼 때 장난치느라고 ‘음매’ 하는 소울음 소리를 내곤 하잖아요? 묵직한 음색 때문에 주로 왕이나 군주, 거인 역을 하죠.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그 역에 더 적합해지는 것도 베이스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잘 나가는 가수는 내후년까지 공연일정이 꽉 찬 상태. 서울 독창회를 마치면 당장 4월부터 슈투트가르트 국립오페라에서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 사이클에 들어간다. 독일의 오페라 전문지 ‘오페른 벨트%’가 최근 4년 연속 유럽 최고의 오페라극장으로 선정한 이 극장은 특히 바그너에 강한 전통이 있어 여기서 바그너를 하면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곤 한다. 12월에 마무리될 이번 ‘반지’ 사이클도 이미 1년 전에 표가 매진됐다.
오미환기자 mhoh@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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