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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 비평] 뉴스를 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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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의 미디어 비평] 뉴스를 떠나는 사람들

입력
2005.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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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뉴스가 위기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많은 사람들이 언제부터인지 뉴스를 안 읽고 안 보기 시작했다. 한때는 국민 대부분이 신문을 읽고 TV 뉴스를 보고, 그것도 모자라 만나면 뉴스를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사가 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국적으로 열 가구 중 여섯 가구는 어느 신문이든 구독했는데, 지금은 네 가구에만 신문이 배달된다. TV 뉴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역시 5년 전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저녁 8시나 9시 방송뉴%B스를 시청했지만, 지금은 지상파 방송사의 저녁 뉴스 시청률은 모두 합쳐도 40% 초반대로 뚝 떨어져 있다. 이제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TV에서 뉴스가 방송되는데도 다른 채널의 드라마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뉴스를 볼 것이라는 가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조사해 보면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인구는 20%대를 넘지 못한다.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주로 이메일이나 블로그, 또는 쇼핑을 하는데 열중한 나머지 시사정보를 담은 뉴스를 보는데 좀처럼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어떤 매체를 들이대도 뉴스라면 이제 관심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8? 젊은이들, 심지어 30대까지도 뉴스를 읽지도 보지도 않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어떤 대학, 어느 강의실에서든 어제 저녁 9시 뉴스를 본 학생은 손들어 보라고 하면 서너 명이거나 아예 없어서 썰렁한 경우가 태반이다. 한때는 젊을 때는 뉴스를 안 보다가도 나이가 들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신문이든 방송이든 뉴스를 본다는 설이 유력했다. 그래서 신문사들은 젊은이들이 신문을 구독하도록 마케팅을 하다가 지쳐 이들이 나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여유를 부린 적이 있다. 그러나 최근의 몇몇 연구는 전혀 다른 분석을 내놔 뉴스 제작자들을 놀라게 한%1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뉴스 읽는 것도 습관이라는 것이다. 젊은 시절 뉴스를 읽지 않는 사람은 나이 들어서도 읽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청년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 것은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내일의 문제가 된다. 미국의 경우 이미 심각한 상황에 와 있다. 1980년대 초 출범한 TV뉴스 전문 채널 CNN은 요즘 주요 시청자층을 50대와 60대로 잡고 있다. 신속 정확한 보도로 젊은 이미지를 표방하고 있는 뉴스 채널로서는 여간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 아니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CNN이 이 지경이니 다른 신문이나 지상파방송 뉴스는 말할 것도 없다. 요즘 미국 언론의 가장 큰 화제는 왜 뉴스 이용자들이 사라지는가이다.

한국 언론은 미국적인 뉴스의 위기 상황으로 치면 막 초반전에 접어든 느낌이다. 위기의 단초는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외면하기 시작한 데 있다. 그러나 뉴스 외면 현상에 가속도까지 붙어 무섭다. 마치 세계적으로 유례 없이 빠른 인터넷과 휴대폰의 보급속도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떠나고 있다. 그래서 신문사든 방송사든 또는 인터넷이든 모든 뉴스 조직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며 엄청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과 처방은 다양하다. 케이블, 위성, 인터넷, 이동전화 등 다양한 경쟁 매체의 등장으로 사람들이 뉴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런가 하면 언론이 너무 정파적으로 치우쳐서 독자나 시청자의 비난과 따돌림을 받고 있다는 설명도 설득력이 있다. 물론 사람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나 냉소주의도 문제다. 그러나 위기의 실체는 어찌 됐든 언론이 독자나 시청자, 나아가 시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간단히 말해 언론론이 시민을 위한 뉴스가 아니라 권력을 위한, 그리고 매우 자주 언론 스스로를 위한 뉴스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면서 ‘우리’ 뉴스가 아니라 ‘그들의’ 뉴스라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뉴스를 떠나고 있다.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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