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호’가 순풍을 타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사진) 미 국무장관이 조지 W 부시 2기 정부 외교 정책의 새로운 조타수로 나선 이후 미국 외교에 봄 기운이 가득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얼어붙었던 유럽과의 관계가 해빙의 조짐을 보이고 부시와 라이스의 ‘민주주의 확산’ 구호 선창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동지역엔 자유의 꽃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 결과를 예측할 수 없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엔 평화 협상의 끈이 이어지고, 1월 30일 치러진 이라크 총선 결과는 이라크 땅의 혼란과 무질서를 가리고 있다.
이런 국제 정세의 변화를 라이스 장관의 ‘신외교’가 작동하고 있는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아직은 무리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대화 무드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죽음 이후 찾아왔고 시리아의 철군 결정은 레바논 정치 지도자 암살 사건의 여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운이 따르든, 절묘한 타이밍이든 외교적 성공이 이어질 경우 대부분의 공은 라이스 장관에게로 돌아갈 것이라고 AP통신은 6일 분석했다. 댄 바이먼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교수는 "중동지역을 돌아보면 분명히 4,5가지의 긍정적 흐름이 있다"며 "그 중 한두 가지만 더 진전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취임 5주만에 외교적 변화상이 나타나면서 라이스 장관의 부시 정부 내 위상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라이스 장관은 더 이상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에게 조롱을 받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시절의 라이스가 아니다. 2년 전 이라크 공격 무렵 주요 안보장관회의에서 럼스펠드는 라이스를 면전에 두고 "NSA(국가안보보좌관의 약칭)가 누구지"라고 물을 정도로 기고만장했다.
그러나 전쟁의 시기가 외교의 시기로 바뀌면서 럼스펠드의 위세가 하루가 다르게 꺾이고 있는 반면 라이스는 실세 장관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고 뉴스위크 최신호가 평가했다.
뉴스위크는 "그녀는 매일 아침 5시부터 그녀의 이전 영역인 국가안보회의(NSC)까지를 넘나드는 정책의 작은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며 "중동 평화 협상에서부터 이라크 민주화 정책과 레바논 이집트 문제, 이란 핵 문제 등 대부분의 중요 결정이 라이스의 외교 트랙 위에서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라이스 호는 여러 암초를 앞에 두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국방부의 매파들은 여전히 라이스호의 쾌속 항진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뉴스위크는 "라이스의 결정적 시험대는 매파들이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는 이란 문제가 될 것"이라며 "현재는 라이스가 부시 대통령을 자기편에 두고 있지만 부시가 완전하게 군사적 선택 방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0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