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이야기는 내가 쓴 글이 아니다. 지난해 ‘청밀밭에 내리는 눈’이라는 폭설 이야기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한 주영선 작가가 보내온 눈 통신이다.
'이번 눈은 제가 강릉에 와 살면서 본 가장 큰 눈인데, 눈이 그저 그렇게 왔을 때는 사람들이 눈을 잘 안 치워요. 그런데 이번엔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관리실에만 맡기지 않고 가족들이 모두 나와 남자들은 눈 치우고, 여자들은 따뜻한 음식 나르고, 아이들은 나무꼭대기만큼 높이 치워둔 눈 더미에 올라3가 썰매를 타며 즐거워하고요. 시장 사람들도 통행이 불편하면 장사에 차질이 생길까 봐 엿처럼 단단히 얼어붙은 눈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정교하게 떠내며 자기들끼리 "눈 치우는데 안 나온 상가엔 5,000원씩 거두자" "그래야지" 하며 웃더군요.>
어제 눈길을 걸어서 퇴근한 제 동생은 "차 한 대 지나가지 않은 벌판에 가로등만 켜져 있었는데 그 맛도 괜찮더라고. 세 시간 걷는 거 별로 힘들지 않았어. 글재주만 있으면 소설 하나 쓸 수 있겠더라고. ‘삼포 가는 길’이 따로 없었어." 라고 하더군요. 눈이 오면 사람들이 모두 눈을 닮아가요. 그래, 그걸 알면 그가 바로 설국의 백성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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