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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어정쩡한 美 對北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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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고/ 어정쩡한 美 對北정책

입력
2005.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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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공개적인 핵 보유 선언을 북한의 핵무기 소유와 연결시킬 증거는 아직 없다. 확실한 건 북한의 핵 발언과 6자 회담 무기한 불참 결정은 워싱턴을 놀라게 해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끌어내기 위한 노림 수다.

부시 행정부는 대북관계에서 새로운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왔다. 수장 콘돌리자 라이스와 로버트 졸릭, 크리스토퍼 힐을 좌우에 포진 시킨 국무부의 새로운 권력구조는 대북강경책을 누그러뜨려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돌아오게 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진실은 부시 행정부가 새로운 뭔가를 모색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북한은 결국 무너질 정권'이라는 확신에 차있기 때문이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경제 외교에서 곤경에 빠질 때마다 '얼렁뚱땅' 넘어간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적용된다. 미국의 새로운 대북전략 핵심은 ‘북한이 전보다 약해졌지만 더 위험해졌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1월말 미국 외교가에 북핵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떠돌기 시작했을 때, 정부 강경파들은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을 팔았다’는 해묵은 가설을 다시 꺼내 해빙 분위기2를 제거했다.

북한이 리비아에 우라늄을 팔았을 가능성은 작년 5월 나왔다. 당시 리비아는 미국과의 비핵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국 조사관에게 우라늄을 넘겼으나 과학자들은 리비아 우라늄의 출처를 밝히지 못했고, 몇몇 관료가 북한을 지목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 우라늄 샘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북한과 리비아의 우라늄 커넥션은 말이 안 된다. 북한의 핵무기 실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의 진실 여부를 알 길이 없다. 다만 미국 언론의 보도를 곧이곧대로 믿자면 북한정권은 붕괴 직전이다.

지난해 미국 언론들은 북한의 격변에 관한 뉴스를 집중 보도했다. 공공장소에서 사라진 김정일 초상화, 거리 곳곳에 나붙은 반정부 구호, 북한장교 130명 탈북 등을 민중봉기의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작년 4월 용천역 폭발 참사를 김정일 암살 시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좀더 신중히 살펴보면 북한 정권의 변화 조짐으로 해석되는 이런 ‘증거’들 역시 북핵 관련 기사만큼 추정으로 가득찬 것이다. 남한의 정보기관조차 북한장교의 탈북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용천역 폭발이 김정일 암살 시도였다면 숙청이 있어야 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반정부 낙서는 10년이나 묵은 뉴스고, 김정일 초상화 감소 역시 우상화 작업의 완화조치로 설명이 된다.

이런 기사들은 현상을 잘못 해석한 게 아니라 정보 자체가 잘못됐다. 중국의 북한접경지역엔 미국, 한국, 일본의 시민단체가 북한 내 반정부 활동을 부추기고 있다. 미 국방부는 이미 2년 전 ‘작전계획 5030’ 초안을 통해 북한군 지도부에 ‘충분한 혼란’을 줘 군부가 반기를 들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임을 암시했다. 또 작년 11월 ‘USA투데이’에 따르면 포터 고스 CIA 신임국장은 북한에 비밀요원을 잠입시켜 직접적으로 혼란을 야기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북한장교 집단 탈북 같은 정보는 이런 분위기와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이 같은 오보 흘리기 작전에 늘 ‘판 뒤엎기’ 작전으로 대응했다.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IAEA 사찰단을 쫓아낸 게 그 사례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수만 명의 죽음을 몰고 올 군사작전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개입정책을 취하면서 북핵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미국 행정부는 여전히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 선언은 북한이 변한 게 없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

존 페퍼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지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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