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진행된 한국 증시의 구조적 변화로 주가상승이 실물경기나 서민들의 체감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000선을 넘어서기는 했지만, 과거 1,000선을 넘었던 1999년말과 같이 실물경제 회복을 선도적으로 견인하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 주가 상승이 개인 소비를 자극하는 ‘자산효과’가 반감했다. 99년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증시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21.9%에 불과했으나, 올 2월말에는 42.34%로 두 배로 늘었다. 또 참여정부 출범 당시인 2003년 2월 유가증권시장(구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해 90조3,650억원이었던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이 지난달말에는 197조원으로 107조원이나 늘어났다.
LG화재 한승철 채권팀장은 "대주주가 경영권 목적으로 보유한 지분(전체의 30% 가량)은 증시에서 거래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70%의 유통가능 물량으로만 따진다면 현재 개인투자자의 보유비중은 1999년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요컨대 주가가 상승해 시가총액이 증가할 경우 1999년말에는 50%가량이 개인투자자의 자산 증가로 이어졌으나, 현재는 그 비율이 30%로 줄어든 셈이다.
가계부채의 급격한 증가도 한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개인부문 부채는 501조9,000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의 지난해말 시가총액(412조5,000억원)보다 89조원, 비율로는 21%나 많다. 그러나 1999년말에는 이와 반대로 시가총액이 개인 부채보다 56조원이나 많았다.
이는 99년말에는 보유주식을 처분하면 개인부채를 갚고도 남았으나 이제는 주식을 모두 처분해도 개인부채를 80%밖에 갚지 못함을 의미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그동안 까먹었던 원금의 일부를 만회하는 수준"이라며 "따라서 최근의 주가급등이 개인 투자자들의 소비를 자극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주가가 요즘 같은 추세로 장기 급등할 경우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다른 한편으로 심각한 것은 주가 급등이 소득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02년말 810만명이던 주식투자인구가 올 2월말에는 670만명으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신용불량자는 260만명에서 370만명으로 42%나 증가했다. 우량주를 보유한 부유층에서는 주가 급등에 따른 ‘자산효과’로 소비가 늘어날 수 있으나, 생활고로 보유 주식을 매각했거나 주가상승 흐름에서 소외된 소형주를 보유한 중산층의 체감경기는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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