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소샤(扶桑社)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개정판이 더 개악되어 충격을 주는 가운데, 국내 저명 인사의 맞장구 친일발언이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다. 자유시민연대 공동대표인 한승조 고려대 명예교수가 극우 성향의 일본 ‘세이론(正論)’지 4월호를 통해 발표한 기고문은 학자, 혹은 지식인의 주장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인식이 비틀려 있다. 가히 망언 수준이다.
한 교수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오히려 대단히 다행스럽고 축복해야 하는 것이며, 일본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러시아에 점거·병탄됐더라면 더 큰 불행을 당했으리라는 것이 그 근거다. 일제 강점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런 왜곡된 가정(假定)은 개화기부터 줄기차게 이어진 우리 민족의 독립자강 운동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며,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조롱하는 것이다. ‘한국의 민족문화가 식민통치 기간에 더 성장·발전했다’는 그의 강변도 한글 대신 일본어를 사용해야 했고, 창씨개명을 강요당하는 등 온갖 문화적 치욕과 아픔을 덮지 못한다.
‘공산주의ㆍ좌파사상에 기인한 친일파 단죄의 어리석음, 한일합병을 재평가하자’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그의 글은 친일행위를 변명하기 위해 쓰여졌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까지 일본편에서 합리화하고 있는 그는 친일 단죄의 배후가 좌파라고 보고 있다. 전쟁 중 여성을 성적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닌데, 모욕을 받았다는 노파를 끌어들여 사실을 과장하고 수없이 배상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점을 ‘수준 이하의 좌파적 심성이 드러난 대표적 사례’로 꼽는 그의 양식이 참으로 의심스럽다. 비록 한교수가 뒤늦게 명예교수직을 사퇴하기는 했으나, 지금도 자신의 소신에 변함없음을 공언하는 이 시대의 일그러진 지식인상을 보며 분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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