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정책평가위는 1월31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참여정부 2년 평가와 전망’을 보고했다. 이날 보고회에는 평가위의 임혁백위원장과 정치개혁팀장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등 5개 분과 20여명의 팀장급 위원들이 참석했고 김우식 청와대비서실장,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등이 배석했다. 노 대통령은 2시간 동안 보고를 받은 뒤"현실에 맞게 잘 정리했다"며 "국정운영에 참조하겠다"고 밝혔다고 참석 교수들이 전했다.
다음은 정치개혁분야의 주요 내용 요약.
◆ 분권형 평가와 개선방향 = 제왕적 대통령제 해소 명분으로 노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 분권형 국정운영은 의전과 일상결정을 총리에게 위임함으로써 대통령이 국가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같은 의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등 일정 정도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장관들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이 높아지고 국무회의 논의가 활성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통합조정 역할이 사전 예방보다도 사후 처방에 치중하는 등 문제점도 드러났다. 책임 총리 및 장관제의 도입이 당과의 정책협의 기능의 제도화로 발전되기보다는 개별 정치인의 각료 진출로 의미가 반감되기도 했다. 어차피 권력의 행사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전속되며 결코 양도하거나 분할할 수 없다. 무한 정쟁으로부터 대통령과 내각 보호를 위해 시도된 당정분리와 책임총리제의 성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권형 국정운영은 대통령의 합법적 행정 권한의 행사이긴 하지만, 더 이상의 확장은 위헌 시비와 개헌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분권형 국정운영은 집행권력 행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치전략 이상의 의미를 넘어설 수 없다. 책임 총리와 장관의 역할과 위상은 대통령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제도적 수단이자, 정책의 일관성과 통일성 제고를 위한 당정간 정책조정의 채널로 인식해야 한다. 다만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책조정 범위를 정부와 여당에서 이익집단과 야당으로까지 개념을 확장할 필요는 있다.
중요 국정현안이나 미해결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 주재 ‘최고조정회의’를 설치해 정례화해야 한다. 미국도 국내정책 집행을 감독하며 다른 정부기관에 대한 대통령의 우선권을 보장하는 국내정책회의(DPC·Domestic Policy Council)를 운영, 백악관이나 연방정부간 정책결정 과정을 조율하고 교육·의료·복지 정책 등을 총괄 감독한다.
결론적으로 분권형 국정운영을 통한 민주적 국정운영과 동시에, 전체를 종합하고 통합조정하는 대통령의 민주적 리더십 강화가 필요하다.
지역주의와 선거구제 참여정부 하에서 지역주의가 호남의 경우 ‘소외적·저항적 지역주의’에서 호남과 충청의 ‘개방적 지역주의’로, 영남은 ‘패권적 지역주의’에서 ‘소외적·폐쇄적 지역주의’로 변하고 있다.
지역주의의 개념도 발전된 중앙에 대한 지방의 저발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하고 있다. 지역주의와 무관한 젊은 세대의 유권자층 진입은 이념적·세대적 측면에서 점차 정치적 균열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주의를 희석하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은 변화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신행정수도 이전 시도는 충청지역주의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문건은 참여정부가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정책을 통해 낙후되고 소외된 지역에 대해 발전을 약속하고 시행함으로써 지역주의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나름의 긍정 평가를 한다. 이를 위해 연내 신행정수도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중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행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지역주의를 온존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해 연내 제도적 정비를 통해 논의를 종결해야 한다고 개혁과제로 제시한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지역주의 정치의 대표성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비례대표제의 확대와 중·대선거구제 채택 등 선거제도의 변화를 통해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의원 정수도 늘려야 한다. 참여정부 후반 개헌정국과 대선정국이 전개될 경우 그 경쟁이 지역적 경쟁이 아니라 정책적·이념적 경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지역주의 정치 해소에 매우 중요하다.
한편 노 대통령은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정치에서 지역주의는 독재의 유산"이라며 "선거구제가 지역주의를 오히려 강화했으며 이 제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 참여정부 정책평가委/ 교수등 160명으로 구성 4개월간 활동한 후 해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참여정부 정책평가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60명의 교수, 연구원들로 구성된 한시 기구다. 임혁백 고려대 정경학부 교수가 위원장을 맡았고 경제정책팀, 교육개혁팀, 남북관계팀, 정치개혁팀 등 20개팀이 가동됐다. 지난해 12월20일 대통령이 참석한 중간 보고회의를 거쳐 1월말 최종 평가보고서를 낸 뒤 해산됐다.
정치개혁팀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팀장)와 박찬표 방송광고공사 연구위원, 송기도 전북대 교수,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 정상호한양대 교수, 서복경 국회입법조사연구관이 참여했다. 외교안보팀은 이수훈 경남대 교수(팀장)와 박영준 국방대 교수, 이성형 경남대 교수, 정재호 서울대 교수, 김준형 한동대 교수, 김명진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으로 구성됐다. 남북관계팀엔 고유환 동국대 교수(팀장)와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귀옥 한성대 교수, 박종철 통일연구원 연구실장,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참여했다.
■ 남북관계·외교안보분야/北核해결·주도권 강화위해 특사파견·정상회담 검토를
정책평가위 남북관계팀은 참여정부 2년 평가 보고서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 모색과 주도권 강화 등을 위해 대북특사 파견 및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그 동안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이 ‘선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후 교류협력 가속화’라는 입장이었지만, 북핵문제가 지연되면서 남북관계도 연동돼 정체국면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북핵 문제의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성격을 감안해 ‘핵문제 해결’과 ‘남북협력 강화’를 병행 추진하는 전략으로 수정해 북핵 위기 상황을 적극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특사 파견 및 남북 특사라인 구축,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남북 당국간 신뢰 구축 등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건의했다. 보고서는 또 국가보안법, 주적론, 남북관계 관련 법규 등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법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남북대화의 정례화에서‘남북대화의 제도화’로 정책목표를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한 각각의 상주대표부 설치 ▦이의 전단계로 개성에 남북 공동의 대화사무국 설치 운영 ▦부문별 장관급 회담 제도화 등도 제안했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대화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대화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아울러 북한이 남한을 통해 자본주의 세계경제로 편입되느냐, 아니면 중국 러시아를 통해 편입되느냐는 갈림길에 있다면서 남북관계가 교착되고 북미갈등이 지속되면 북한의 친중 친러 가속화와 함께 동북아 신냉전질서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안정적으로 세계적인 노동분업 구조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남한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책평가위 외교안보팀은 외교안보 중점 정책 추진 과제로 베이징 6자회담을 동북아 다자 안보대화, 나아가 안보협력체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보고했다. 베이징 6자회담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그 성과를 기반으로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 기구로 제도화해야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대미 외교라인의 네트워크를 보강, 군사동맹 중심에서 정치외교 경제 사회문화를 망라한 포괄적 동맹관계로 재조정해 나가야 한다고 건의했다.
보고서는 특히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불충분하다며 국론 양극화 방지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NSC, 외교통상부, 국방부, 통일부 등 외교안보 관련 부서간 역할 분담과 정책조정 문제가 노정됐다고 평가했다.
송용창기자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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