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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 '황해연합' 실현해야 한반도 미래가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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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 '황해연합' 실현해야 한반도 미래가 밝다

입력
2005.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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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지상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는 공병호씨의 '10년후 한국'이라는 책에는 '좌향좌 우향우' 운운하며 세상을 이분법으로 재단한다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렇다고 공감해 읽을 대목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라거나 지금 ‘우리가 성장잠재력을 신장시키는 정치적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부분은 특히 그렇다. 그의 책은 현실인식이나 문제해결 방식?%A? 한계가 있지만 한국의 미래를 더 낫게 만들 방법을 찾자는 고민 자체만은 값지다. 명지대 건축대학장과 아키반 건축도시설계원장을 맡아 한국 대표 건축가의 반열에 올라 있는 김석철(62) 교수는 많은 점에서 공병호씨와 다를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한반도 전체, 나아가 중국 동부 해안과 만주 지역까지 포괄한 지역 설계 구상을 담고 있는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의 기저에 깔린 문제의식은 ‘10년후 한국’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도 ‘지금 서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대부분 도시가 세계경쟁력을 상실하고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거나 우리 경제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현실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의 해법은 자칫 이데올로기 시비에 휘말리는 경제학자나 정치·사회학자들의 답안과는 전혀 다르다. 30년 넘게 한반도 전체의 도시와 농촌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고민해온 건축가답게 답의 내용이 분명하고도 가시적이다. 누구나 입에 올릴 수 있는 일반론이 아니며, 지향하는 이념이 다르다고 섣불리 공격의 대상이 될만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세계경제의 문법이 달라지고 동아시아 정세가 격변하는데도 한반도는 새로운 공간전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김석철 교수의 한반도 구조개혁안은 ‘황해개발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길게 보자면 북미자유무역연합(NAFTA)이나 유럽연합(EU)에 비견할 황해연합(Yellow Sea Union·YU)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우선 황해도시공동체 구성에 나서자는 것이다. 국가연합이 전도가 험난하다고 보는 그는 단기간에 한국과 중국, 나아가 일본의 연합을 이끌어내는 데는 도시연합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인천과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세 항만도시가 인천공항을 공동의 허브공항으로 해서 물류동맹을 이루고 해상공단을 공동의 자유경제지대로 만들면 세계 어느 지역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경제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나아가 세 도시가 각 경제권의 관문이 되어 10~20년 안에 인천이 서울·수도권에, 칭다오가 산둥(山東)성 일대에, 다롄이 선양(瀋陽)-하얼빈(哈爾濱)-창춘(長春)과 연결해 2억 가까운 인구를 포괄하고, 다음 단계로 이 경제공동체들이 일본 열도의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아우르고 중국 동부해안을 따라 톈진(天津)과 베이징(北京), 장쑤(江蘇)성, 상하이(上海), 저장(浙江)성 등으로 확대되면 40년 안에 EU를 능가하는 YU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구상의 배경에는 우리가 중국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공주·연기로 행정수독도를 이전하는 일은 ‘한반도의 가능성을 축소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한다. 신행정수도 건설은 건물과 공무원만 옮겨온다고 될 일이 아니라 지역 자체의 자립화 기반이 있어야 한다며 이 지역에 신행정도시를 건설한다면 금강·새만금 지역개발과 유기적으로 연관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수도권 세계화와 지방권 자립화를 위해 전국을 서울·수도권 메갈로폴리스와 금강·새만금, 부산·광양, 영남 등 3개의 어반클러스트(Urban Cluster·도시집적체)로 개발하는 방안, 인천 춘천의 새로운 도시계획, 저자가 관여하고 있는 베이징, 취푸(曲阜), 충칭(重慶) 개발 구상 등도 흥미롭다.

하지만 책에 씌어진 정도가 제안의 모두라면 아직 치밀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할 만도 하다. 사고가 너무 개발 위주로 치닫는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중심에 놓고 중국과 일본을 아우른 여러 장의 지도와 함께 펼쳐 놓는 그의 동북아 개발 구상을 읽다 보면 제법 가슴이 설렌다. 글자 그대로 이건 방대한 ‘희망의 프로젝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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