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언이나 성명은 비폭력이지만 어떤 물리적 폭력보다 힘 있고 명료한 방법으로 현실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래서 격변의 시기마다 그 변화의 정체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선언문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도서출판 그린비가 ‘세계를 뒤흔든 선언 시리즈’(전 4권·사진)를 번역 출간했다. 미국 뉴욕의 교육전문출판사인 배런의 기획물이다. 모두 4종의 선언문에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를 예고하는 한편 맑스와 엥겔스의 이름을 천하에 알린 ‘공산당 선언’(1848년), 역사상 최초의 공화제 정부를 등장시킨 미국의 ‘독립 선언서’(1776년),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에 맞서 시민 불복종의 권리를 선포한 ‘시민 불복종’(1848년)을 비롯해 책으로 발행된 것이지만 일종의 녹색선언이라고 할 수 있는 ‘침묵의 봄’(1962년)이 포함됐다.
책은 선언의 주요 내용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각 권마다 고병권(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 안효상(서울대 서양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홍세화(한겨레신문 기획위원), 김재희(‘지구의 딸 지구의 시인 레이첼 카슨’의 저자)씨 등이 해제를 덧붙여 이해를 돕는다. 문고본 체제인데도 불구하고 관련 사진이나 그림이 생생한 것이 인상적이다.
김범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