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일 "재산등록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최근 부인의 부동산 투기의혹이 불거진 이 부총리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말했다.
_심경은.
"경제를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국민들이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처의 부동산 문제가 불거져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사전에 편법을 할 의도나 생각이 없었으나 결과적으로 편법 시비를 불러일으킨 데 대해 면구스럽게 생각한다."
_경기 광주 땅의 매각가격(58억원 신고)이 실제 100억원을 넘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있는데.
"매각대금은 정확하게 금융기관 계좌로 들어온 것이어서 한치의 차이도 없다."
_‘10·29대책’ 직후인 2003년 10월30일 매매계약을 했는데, 갑자기 판 이유는.
"계약은 그때 했지만 논의는 부동산중개업소를 통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매각) 당시에는 내가 다시 공직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또 최근 그 일대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면서 형질이 훼손됐고, 계속 매수제의가 들어와 팔게 됐다."
_매매중개인의 미등기 전매의혹도 있는데.
"실제로 누가 어떤 명의로 등기를 한 것인지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_지난해말 지역특구로 지정된 전북 고창에 부인과 처남의 땅이 있는데.
"특구 선정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혹시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실무자가) 몇번씩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
_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나.
"답변을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_이틀 전 산업은행 총재에게 부총리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다는데.
"그런 얘기한 적은 있다."
남대희기자
■ 잇단 구설수에도 왜 건재한가/ "성장우선의 상징" 시장이 방패
부인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임설까지 나돌았던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전날 청와대의 유임 발표에 이어 3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칭찬까지 받으면서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
이 부총리는 작년 국민은행 자문료 수수 파문에 이어 이번에 부동산 투기 의혹과 ‘3·1절 골프’ 등 잇단 구설수에도 끄떡 않고 건재하게 돼 다시 한번 ‘이헌재의 힘’을 보여줬다.
3일 청와대와 재경부에 따르면 이날 재경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신용불량자 문제와 종합부동산세, 중소기업 대책 등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참 잘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연초 업무보고에서 신용불량자 대책이 미흡하다며 불호령을 내린 것과 대조적이다. 노 대통령은 재경부가 중소기업 대책 마련을 위해 6,000개 이상 기업에 대한 실태조사를 거치는 등 ‘현장밀착형’ 또는 ‘맞춤형’ 대책을 내놓은 것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업무보고 후 예정에도 없이 이 부총리 및 김우식 비서실장,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 등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이 부총리에 대해 ‘무언의 격려’를 했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경제가 어렵고 하니 국민이 좀 양해해 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이 부총리를 감싸 안았다.
역풍이 닥칠 때마다 이 부총리의 바람막이가 돼 준 것은 다름아닌 ‘시장’이다.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보여 준 탁월한 위기극복 능력과 카리스마는 ‘금융위기의 해결사’, ‘구조조정의 전도사’라는 이미지로 시장에 각인돼 있다.
분배 색채가 강한 참여정부에서는 이 부총리가 ‘성장 우선’과 시장주의의 상징으로 대내외 불안감을 씻어주는 존재가 됐다. 이 부총리를 교체하는 것은 각료 1명 바꾸는 차원을 넘어서 참여정부 경제정책 노선 수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지면서 보수파와 성장론자들이 그의 굳건한 방패막이가 돼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간에서 일한 경험, 그리고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도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이번 파문으로 도덕적 상처를 입게 됐고 시민단체 등의 공격도 계속되고 있어 앞으로 정책수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대희기자 dhnam@hk.c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