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차갑지만 한낮 햇살은 영락없는 봄볕이다. 이렇게 날씨가 풀리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을 찾거나 한강 둔치 등을 달리는 사람들도 부쩍 늘어나게 마련이다. 하지만 봄 햇살에 취해 자신의 몸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운동을 시작했다가는 자칫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는 마라톤을 하던 40대 중년 남성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특히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운동을 시작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 당뇨병 환자/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이 적당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라면 운동을 하는 것이 좋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신부전이나 심부전, 출혈성망막증 등과 같은 급성 합병증이 있으면 운동은 금물이다. 또 공복시 혈당치가 250mmg% 이하이면 운동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 이상이면 소변검사를 통해 인체에 치명적인 케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경우에는 인슐린을 투여해 혈당을 내리면서 운동해야 한다. 이 밖에 고령자나 비만한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대사이상이 심한 인슐린 의존형 및 비의존형 당뇨병 환자는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은 걷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 운동 시간은 하루 15~60분이 적당하며 1주일에 3~5일이 좋다.
당뇨병 환자는 운동 시작 전후에 반드시 혈당 검사를 해야 한다. 운동할 때는 인슐린 용량을 줄이고, 비교적 근육 수축이 활발하지 않은 복부근에 인슐린을 주사해야 안전하다. 운동 도중이나 이후에 식은 땀이 나거나, 가슴 통증이 느껴지거나, 손발이 떨리는 등의 저혈당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사탕이나 꿀물, 주스 등을 먹어야 한다.
◆ 고혈압 환자/ 역기 등 힘쓰는 것은 금물
고혈압 환자들이 운동을 하게 되면 정상인보다 혈압이 더 올라가기 때문에 운동 중의 수축기 혈압이 200mmHg 이상 올라가는 운동은 삼가야 한다. 특히 역기 등을 이용한 중량운동이나 단거리 달리기 등 단시간에 큰 힘을 써야 하는 운동은 말초혈관저항을 높여 혈압을 급격히 상승시키므로 금물이다. 고혈압 환자는 운동 중에 혈압에 조금 적게 올라가는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 등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 1주일에 5일 정도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고혈압 환자는 한번 유산소운동을 하고 혈압을 재보면 평상시 혈압보다 오히려 더 내려가는데, 그렇다고 기뻐할 일이 아니다. 이렇게 내려간 혈압은 몇 시간도 안 돼 다시 본래 자신의 혈압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운동능력에 맞는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3~5회, 3개월 이상 규칙적으로 실천하게 되면 혈압은 서서히 떨어지게 된다.
고혈압 환자가 약을 먹지 않고 운동만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혈압이 높으면 일단 자신에게 맞는 약을 복용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특히 이완기 혈압이 120mmHg 이상인 중증 고혈압 환자에게는 운동요법이 적당하지 않다.
◆ 간 질환자/ 피로 느끼면 운동량 줄여야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피로가 누적된다는 이유로 운동을 기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최근 보고에 따르면 가벼운 운동이 전혀 운동하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간 기능 혈액검사의 수치인 CPT가 100IU/L로 떨어진 이후에 운동을 해야 한다.
간질환 환자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은 고정식 자전거 타기나 러닝머신, 공원 산책 등이다. 운동은 하루 30~50분으로 1주일에 5일 정도가 적당하다. 그렇지만 간 기능이 아주 나쁜 상태이거나 급성 간염 환자는 가벼운 운동도 좋지 않다. 따라서 운동 후 1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운동으로 인한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운동시간과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 고지혈증 환자/ 하루 3km 빨리 걷기가 이상적
혈액 내에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은 고지혈증 환자라면 약간 힘겨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하도록 하며 1주일에 3~5회 정도가 적당하다. 정적인 것보다는 동적인 운동 즉 속보로 걷기, 조깅, 등산,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좋으며 실제로 하루 3km씩 1주일에 약 20km의 속보 운동을 통해 고지혈증을 감소시킬 수 있다.
중성지방이면 4개월 정도 하면 효과가 나타나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1년 정도 꾸준히 해야 도움이 된다. 운동을 꾸준히 해도 저지방식 식이요법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담배·커피 같은 기호식품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또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수치를 어느 정도 조절했다고 해도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좋다.
◆ 신장 질환자/ 땀 많이 흘리면 몸에 무리
먼저 운동부하검사를 통해 자신의 운동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장검사에서 칼륨의 수치가 5mg/dl 이상이면 운동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때 무리하게 운동하면 오히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심장과 폐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심장질환이 있다면 격렬한 운동보다는 걷기나 의자에 앉아서 하는 고정식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이 큰 근육을 리듬 있게 움직이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신장 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라면 투석 받는 날을 피해 1주일에 3일 미만으로 운동해야 한다. 운동 강도는 옆 사람과 얘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호흡 조절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야 한다. 30분 정도 운동했다면 휴식을 취하고, 운동 후 1시간이 넘도록 피로감을 느끼면 운동량을 줄이도록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스포츠클리닉 최건식 박사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실 박원하 교수
세란병원 내과 이지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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