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특별법의 국회 통과 이후 한나라당에 몰아치는 후 폭풍이 거세다. 2일 밤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를 구성한 이재오 김문수 의원 등 반대파 의원들은 3일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특별법 무효화 투쟁에 들어갔다. 당직 사퇴 도미노도 이어졌다. 전날 박세일 정책위의장의 사퇴에 이어 박재완 박찬숙 의원 등 정조위원장단과 박진 당 국제위원장 등이 이날 추가로 당직사퇴 의사를 밝혔다. 전재희 의원은 이날부터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항의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당은 둘로 갈라졌지만 지도부의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당 해체, 분당 얘기까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수도지키기 투쟁위원회’가 발전연, 자유포럼, 국민생각, 수요모임 등 각 모임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박 대표계의 한 축이던 박세일 의장마저 이탈한 것은 박근혜 리더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PK출신 한 의원은 "이번 사태로 박 대표에 대해 그나마 갖고 있던 실낱 같은 희망마저 깨졌다"고 말했다. 박 대표 처지가 외로운 섬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반대파가 지도부 사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당장 당이 깨지면 반대파가 역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 특별법이 통과된 마당이라 반대파의 공세가 힘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날 반대파가 소집한 의총에 16명의 의원들만 모인 것은 단적인 예다.
지도부도 이런 상황을 아는 듯하다. 정면돌파 태세다. 박 대표는 3일 "대표로서 지킬 것을 지킨 것 뿐"이라며 당당하게 대응했다. 이날 아침 회의에서 지도부는 반대파 일각의 사퇴공세에 "적반하장"이라고 받아 쳤다. 박세일 정책위의장을 향해서는 아예 "나가라"고 내질렀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당과 국가가 부여한 의원직을 함부로 사퇴하느니, 마느니 이렇게 경솔한 언동을 한 사람을 경멸한다"고까지 했다.
지도부는 당분간은 원심력 보다 구심력이 더 셀 것으로 판단하는 것 같다. 헐겁지만 당장은 봉합 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 리더십이 바닥을 드러낸 상황에서 정면돌파 의지가 만병통치약이 될지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발전연, 수요모임, 국민생각, 자유포럼 등 당내 그룹들이 각자 세 확산에 나서면서 지도부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기류마저 있다. 여기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의 대권 구상이 개입되면, 당내 갈등은 한층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4·30 재보선을 지나면, 당내 갈등은 용암처럼 분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朴 "당론 지켰을뿐 달랠 복안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3일 행정도시 특별법 국회통과 이후 당 내홍과 지도부의 책임론에 대해 "당 대표가 당론을 지킨 게 책임져야 하는 일이냐"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광주시의 자이툰부대 파병 준비단을 위문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간담회를 갖고 당내 사태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를 비쳤다. 그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지만, 반대파 의원들을 달랠 복안을 묻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할 때는 불퇴전의 강기가 느껴졌다.
-당이 혼란에 빠졌는데 수습책은.
"중요한 것은 당의 최고 의결 기구인 의총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당론(행정도시 후속대책 여야 합의안 수용)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대표는 당의 결정이 상식적,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해야 하고, 일단 표결로 정해진 당론은 지키는 게 임무다. 어떤 결과가 나왔든 대표로서 지킬 의무는 지켰다."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은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데.
"대표가 한 게 뭔가. (소속 의원들이) 심사숙고해 결정한 것을 지킨 것이다. 노선을 지킨 것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건가. 당론을 지킨 게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면 그런 책임은 져야겠지만, 앞으로 한나라당은 의총에서 나온 당론을 대표가 지켰다고 책임을 묻는 정당으로 (국민에게) 비칠 것이다."
-박세일 정책위의장 등 당직과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던 의원들을 달랠 방안은.
"그 분들이 그렇게 결정했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 (박 의장은) 전화로 사퇴 의사를 전해 와서 나중에 얘기해 보자고 했는데, 다음 날 일방적으로 사퇴를 발표했다."
-2일 밤 국회 본회의장 상황을 본 심정은.
"…"
-수도권 비주류를 만난다든지, 당 분열을 봉합할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