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시간여행도 좋고 세계 각지로의 공간여행도 즐겁다.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경기 부천시 상동신도시 ‘영상문화의 거리’는 10만평 부지에 대형 드라마세트장, 테마파크, 공연장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추고 있는데다 교통여건도 좋아 하루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판교 방향으로 가다 중동IC에서 빠져 우회전하면 판타스틱 스튜디오의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1만2,000여평의 판타스틱 스튜디오는 김두한의 일대기를 다룬 SBS 드라마 ‘야인시대’ 촬영세트장. 1930년대 서울 종로와 명동, 청계천 일대의 거리 모습이 재현돼있다. 십자형 큰 길을 따라 화신백화점, 종로경찰서, 보신각, YMCA 등 일제강점기 종로의 주요 건물들이 세워져있다. 한가운데는 당시 교통수단이던 녹색 전차가 있다. 보신각에서 동대문까지 650c 구간을 이 전차를 타고 시간여행할 수 있다.
골목으로 들어서면 더욱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유명한 빵집이었던 풍미당, 비단가게, 포목점, 주막집, 전당포 등이 옛스러운 간판을 달고 모여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설영화관이자 주먹들의 한판이 벌여졌던 우미관도 보인다. 물 흐르는 청계천도 나타난다. 수표교 광교 장통교 등 다리들과 판자촌, 거지움막도 옛 모습 그대로다.
이곳은 ‘야인시대’ 이후에도 영화·드라마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태극기 휘날리며’ ‘역도산’과 드라마 ‘찔레꽃’ ‘영웅시대’ 등이 제작됐다. 인접한 필빅스튜디오는 최근 문을 연 드라마세트장으로 전통혼례장 등이 갖춰져있고 현재 방영중인 KBS 아침드라마 ‘그대는 별’이 촬영중이다.
여기서 200c 정도 떨어진 곳에 세계의 유명 건축물을 축소모형으로 전시한 ‘아인스 월드’가 관람객을 반긴다. 1만8,000평 부지에 25개국 109점의 유명 건축물과 명소들을 실제 크기의 25분의 1 사이즈로 제작했다. 유럽 아프리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12개 구역으로 나눠 건축물들이 전시되고 있다.
미국 존으로 가면 킹콩 영화를 찍었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모형 킹콩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바로 옆에는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뉴욕 쌍둥이빌딩이 처참한 모습으로 서 있다. 영국 존에는 현란한 타워브리지와 버킹엄궁전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 존의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베르사이유궁전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건축의 진수를 느끼게 한다. 유럽 존에서는 이탈리아의 밀라노 대성당과 피사의 사탑,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광장 등이 시선을 붙든다. 중앙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는 이집트의 스핑크스, 피라미드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니어처 건물들은 조그만 흠집과 색깔까지 고스란히 재현됐다. 축소모형이지만 높이 10c가 넘는 것이 많아 기념촬영을 하면 실제 외국에서 사진을 찍은 것과 같은 분위기가 난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도 비춰져 더욱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영상문화의 거리 맞은편에는 호수공원(5만여평)이 자리하고 있다. 다양한 어류가 서식하는 7,000평의 인공호수 주변을 따라 나무다리와 벤치, 광장 등이 설치돼있고 인라인스케이트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도 마련돼 주민들에게 큰 인기다.
판타스틱 스튜디오는 연간 유료 입장객이 100만명을 돌파했고, 2003년 11월 개장한 아인스월드도 관객이 30만명에 육박하는 등 부천 영상문화의 거리는 수도권의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에는 일본 대만 홍콩 등 동남아 관광객들의 발길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온 주부 김정원(34)씨는 "종로 거리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왔다"며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영화 마니아라는 대학생 김지관(24·인천 부평구 부평동)씨는 "판타스틱 스튜디오에서는 잠시나마 내가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운이 좋으면 영화 촬영 모습과 배우들을 직접 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부천시 황인화 문화공간조성팀장은 "4월 문을 열 애견테마파크를 비롯해 동춘서커스장과 국내 최초의 실내스키돔 공사도 한창"이라며 "만화영상진흥원과 영상액션센터 등이 추가로 들어서면 이곳은 국내 최대의 영상문화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