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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산 - 대둔산-구름다리위 덜덜 암벽 계단서 벌벌 묵은 체증이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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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산 - 대둔산-구름다리위 덜덜 암벽 계단서 벌벌 묵은 체증이 싹~

입력
2005.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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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발을 날리며 떠나기를 아쉬워하는 겨울. 그러나 봄은 이미 문 앞에 있다。 나들이철이 활짝 열린다。 급격히 인구가 늘고 있는 등산이 올 봄부터 나들이의 대세를 이룰 전망이다。 보약보다 좋은 웰빙 레저라는 인식도 큰 이유이다。 그러나 초보자에게 쉬운 것은 없다。 국토의 70% 이상이 산이지만 문외한에겐 그림의 떡이다。 산에도 계절과 때가 있는 법。 이번 주말에 오르면 딱 좋은 산을 추천한다。 본격적인 꽃산행은 아직 이른 시기이고 지금은 몸을 풀 때。 워밍업 코스 세 곳을 차례로 찾는다。 동네 뒷산도 좋지만 이름 있는 산에 족적을 남기는 것이 더 뿌듯한 법。 산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을 키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첫 산은 오르막 트레이닝에 적합한 산′ 대둔산이다。

대둔산(大屯山·877.7m·충남 금산군, 논산시, 전북 완주군)은 충남과 전북을 나누는 험한 돌투성이 산이다. 생김이 묘하다. 사나운 짐승의 가지런하지 못한 이빨을 닮았다. 초보자들은 ‘흉측하다’고 말하고 베테랑 꾼들은 ‘잘~ 생겼다’고 한다. 큰 땅덩어리의 경계가 될 만큼 험하지만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대전과 전주라는 대도시가 있어 예로부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많은 사랑을 받는다’의 다른 의미는 ‘많이 개발됐다’는 것. 시설이 충실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쉽게 오른다.

대둔산이 산행의 입문터로 꼽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이다. 산행 시간이 짧은 것이 첫째이고, 짧지만 인상적이라는 것이 둘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둔산의 험한 외형. 보기만 해도 질리는 거친 돌봉우리에 스스로 올랐다는 자부심은 바로 산에 대한 사랑과 도전 정신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는 주차장(전북 완주군 운주면)에서 정상 마천대에 이르는 길. 세 종류의 트레이닝 코스를 만난다. 정상까지의 산행 시간은 사람에 따라 1~2시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초보자가 많이 오르기 때문이다. 1일 정오 주차장을 출발했다. 네살짜리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온 한 부부와 아주머니로 구성된 단체가 앞 서 오른다.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가 대세이다. 상가와 매표소를 지나 200m쯤 아스팔트길을 오르면 동학혁명 견적비. 산행 기점이다. 돌길과 계단이 이어지는 워밍업 단계 1코스가 시작된다. 아빠가 칭얼거리는 아이를 어깨 위에 올린다. 아직은 힘이 넘치나 보다. 약 20분쯤 오르니까 길이 달라진다. 함수 그래프의 쌍곡선처럼 급격히 가팔라진다. 어깨 위의 아이가 잠이 들어 어쩌지도 못하는 아빠의 얼굴이 점점 땀에 젖는다. 돌계단에 주저 앉는 아주머니들이 늘어난다.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묻는다. "얼매나 남았시유?" 대답이 매몰차다. "이제 시작이에요." 이후 그 아주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는지 첫 코스 막바지인 동심바위에서 휴식을 취할 때 일행은 절반으로 줄어 있다. 아빠도 이미 아이를 내려놓았다.

2코스가 기다린다. 2코스는 담력 코스. 대둔산의 제1명물인 금강구름다리를 건넌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길이 복잡해진다. 걸어서 오른 사람들은 다리 밑의 천길 낭떠러지 아래에서 접근한다. 올려다보%는 것 만으로도 간이 약한 사람은 횡단을 포기한다. 돌계단으로 오르는 우회 코스를 선택한다. 쇠로 만든 다리는 견고해 보인다. 그러나 중간쯤 지나면 흔들린다. 짓궂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는 법. 아주머니들이 다리 가운데를 지날 때 발을 살짝 구른다. 산이 떠나갈 듯한 비명이 터진다. 울음소리까지 들린다. 다리 중간에서 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시간에 대한 평소의 개념?%0? 사라진다. 단 5초가 얼마나 긴 시간인가. 구름다리는 1개만이 아니다. 금강구름다리 위에 삼선구름다리가 있다. 금강구름다리가 수평인데 반해 삼선구름다리는 기울어진 계단 다리이다. 공포의 강도를 잰다면 금강구름다리의 두 배쯤 된다. 역시 우회코스가 있다.

마지막 3코스의 주제는 돌 언덕 기어 오르기. 가파른 돌 계단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두 다리로는 어렵고 손으로 뭔가를 잡고 ‘네 다리’로 올라야 한다. 길 양쪽에 쇠파이프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힘을 줘 잡아서인지 쇠파이프가 반짝반짝 윤을 낸다. 두 걸음 떼고 쉬고, 세 걸음 떼고 쉬고…. 능선에 오를 때까지 쉼 없이 쉬기를 반복한다. 능선에서 정상에 닿으려면 짧은 언덕을 올라야 한다. 짧지만 위험하다. 북쪽 사면으로 난 언덕에는 눈이 덜 녹았다. 게다가 사람들의 발길에 빙판이 되어 버렸다. 이번에는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드디어 정상. 좁지 않은 공간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다. 휴일이기도 하지만 대둔산이 사랑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온 아주머니들이 다리를 만지며 "어이구 아부지…"를 연발한다. 휴일이어서인지 단체로 오른 사람들이 많다. 주일이 아니어서 교회팀도 눈에 띈다. 어느 교회팀을 이끌고 온 듯한 아저씨가 땀을 닦으며 농담을 한다. "오늘 하나님 기분 좋으시겄네유. 아부지 찾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어유?"

아빠와 아이가 도착했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도중에 포기한 모양이다. 몇 번이나 넘어졌는지 옷과 얼굴이 온통 흙투성이다. "아빠! 내려갈 때는 케이블카 타자." 아이의 낭랑한 목소리에 아주머니 동조자들이 늘어난다. "나도 그려야겄구먼."

대둔산=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 금산 삼계탕 별미… 장터엔 별별 산나물

●수도권이나 영남권에서 대둔산에 진입하려면 금산 땅을 거친다. 인삼으로 이름 난 금산은 먹거리와 볼거리의 천국이기도 하다. 대둔산을 오르기 전 후 찾는다면 입과 눈이 모두 만족스러운 여행이 된다. ●재료가 좋으면 맛도 좋은 법. 금산 제일의 음식으로 삼계탕을 꼽는 이유이다. 읍의 중심에 인삼 시장이 있고 장에 삼계탕집이 많다. 원조삼계탕(041-752-2678)이 이름이 난 집이다. 어스름이라면 금산의 북쪽인 복수면을 찾는다. 국내에서 가장 큰 한우촌이 있다. 직접 소를 키우거나, 전국을 떠돌며 질 좋은 한우를 고르는 등 식당마다 맛있는 고기를 내기 위한 노하우를 갖춘 곳이다. 복수한우집(753-2059) 등 대도시의 단골을 확보한 고깃집이 많다. ●금산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칠백의총. 임진왜란 때 전사한 칠백 의사를 한자리에 모신 곳이다. 사적 105호로 1963년부터 성역화 사업을 시작했다. 1976년 새로 지은 종용사와 기념관이 있다. ●시간이 모자란다면 대둔산 가까이에 작은 장터를 찾는다. 대둔산 입구 주차장은 철골구조로 된 2층. 1층 입구에 산나물 장터(사진)가 조성되어 있다. 작은 장터라고 하지만 산나물 노점들이 모인 곳 치고는 제법 크다. 조금 있으면 새로 나온 산나물이 장터를 덮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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