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대전’이 40~50대 초반의 젊은 은행장들의 한판 승부로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하나은행이 2일 53세의 김종열 부행장을 차기 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은행장 연소화 추세가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김승유(62) 하나은행장을 승계하는 김종열 행장 후보를 포함할 경우 8개 시중은행장 중 5명이 1950년 이후 출생자로 채워지게 된다.
50년대 이전에 출생해 55세를 넘긴 은행장들은 최동수(59) 조흥은행장, 신상훈(57) 신한은행장, 로버트 코헨(57) 제일은행장 등 세명에 불과하다. 소위 ‘빅4’로 일컬어지는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만 놓고 보면 신한은행을 제외한 세 곳의 은행장이 1950년 이후 출생자다.
은행장 연소화 추세는 최근 들어 부쩍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이덕훈(56) 전 우리은행장이 황영기(53) 행장에게 자리를 물려줬으며 김정태(58) 국민은행장은 강정원(55) 행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로버트 팰런(58) 전 외환은행장이 40대 초반의 리처드 웨커(43) 행장에게 자리를 내주는 파격적인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출범한 한국씨티은행도 40대 은행장의 신화를 낳았던 하영구(52) 전 한미은행장을 행장으로 선임하면서 이런 추세를 이어나갔다.
은행장들의 평균연령에서도 그대로 감지된다. 김종열 행장 후보를 포함한 8개 은행장들의 평균나이는 53.6세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3월 당시 은행장들의 평균 연령이었던 56.4세보다 3세 가까이 낮아진 것이며 60세 전후였던 외환위기 이전과 비교할 경우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수치다.
이 같은 은행장 연소화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가려면 최고경영자(CEO)의 판단 역시 그 만큼 빨라질 필요가 있다는 게 우선적인 이유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도 오랫동안 은행 발전에 공헌해 온 윤교중(61) 수석부행장이 김 행장 후보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결국 ‘세대교체론’에 밀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환경의 국제화로 외국계 은행 출신들이 중용되고 있으며 50대 초반 인사 중 외국계 은행 출신이 많다는 점도 은행장 연소화 배경 중 하나다. 실제 6명의 한국인 은행장 중 강정원, 황영기, 하영구 은행장 등 3명의 ‘소장파’들이 최동수 조흥은행장과 함께 외국계 은행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륜 측면에서는 다소 모자란 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젊은 은행장들은 은행권에 활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며 "패기와 국제적인 감각을 바탕으로 참신한 전략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보여 은행권 경쟁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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