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랜 기간 관할권을 두고 싸워온 소비자보호원(소보원) 이관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소보원을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자는 내용의 소비자 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재경부와 공정위에 이어 총리실 이관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떠오른 것이다.
소보원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경부와 ‘경제 경찰’로 꼽히는 공정위가 10년째 관할권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기구다. 현재 재경부가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소보원을 관련업무 인력이 가장 많은 공정위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쟁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무총리 산하에 소비자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그 집행기관으로 소보원을 둬 소비자 업무를 총괄케 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비자 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소비자기구의 위상 강화를 위해 각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소비자정책위원회가 소비자 문제를 총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반면 공정위는 "소보원을 총리실 산하로 옮기는 것은 현재 재경부 산하에 그대로 두는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므로 불필요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소보원을 공정위 산하로 옮기는 것을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가 성격상 정책총괄조정 부처보다는 집행부처로 옮기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 때문인데 전형적인 총괄조정 기구인 총리실로 옮기는 것이 상식상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정책과 밀접한 표시광고, 전자상거래, 방문판매, 약관규제관련 법률은 모두 공정위가 담당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소보원은 공정위 산하에 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열린우리당 오제세 의원은 이달 1일 소보원을 공정위로 이관한다는 내용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 이 문제를 둘러싼 격랑에 가세했다.
국회 규제개혁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최근 전체회의에서 공정위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은 "공정위는 앞으로 소비자보호 업무에 주력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해 소보원의 공정위 이관을 암시하기도 했다.
반면 재경부는 소비자정책을 총괄·조정하기 위해서는 소보원을 재경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소비자와 직접 관련이 있는 거래 관련 내용은 지금처럼 공정위에서 관할하고 총괄·조정 기능은 재경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울러 한 기관이 소비자보호정책 수립과 시장감시 기능을 함께 관장한다면 시장경제를 저해하는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보원으로서는 총리실 산하로 이관될 경우 위상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며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소보원 관계자는 "소비자 문제는 일상 생활 전반은 물론 모든 부처가 해당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종합정책을 총괄하는 총리실 소관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만약 총리실이 안 된다면 공정위보다는 재경부에 그냥 남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보원 이관 문제는 청와대 산하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가 검토하고 있으며 의견을 취합해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정부입법으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팀을 구성해 여러 가지 안을 내놓았으나 소속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많이 방향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개정안을 내놓도록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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