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통령은 2년 정도 각종 보고서를 열심히 읽다 보면 국정 전반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집권 3년차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 파악능력을 이렇게 평가했다. 노 대통령이 열심히 노력해 국정을 많이 알게 됐다면 좋은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자신감도 엿보이고 그런 자세가 포용과 원숙함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감이 지나치면 곤란하다. 자칫 과신과 독선으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 청와대에서 그런 징후가 엿보인다. 내수 경기가 풀릴 기미를 보이자 청와대에서는 "이제 경제까지 잘 되니 우리의 개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대통령의 취임 2주년 연설이 떠올랐다. 노 대통령은 "이제 고위공무원이 기사 빼달라고 언론인들에게 매달리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본보에 ‘윤광웅 국방장관의 가벼운 입’이란 기사가 실리자 국방부 관계자가 해당 기자에게 기사 수정을 집요하게 주문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는 편차가 있다.
또 현 정부가 부패 청산을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청와대에서도 부패와 연루된 일들이 터지고 있다. 건교부에서 청와대로 파견됐던 직원이 업체로부터 거액을 챙겨 지난 1월 구속됐다. 최근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청와대 직원이 ‘공천헌금 전달자’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청와대는 별다른 해명도, 조치도 하지 않았다.
집권 중반기의 자신감을 피력하는 청와대 사람들에게 "초보 때보다 운전이 익숙해질 때 더 주의해야 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은 요즘이다.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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