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30대 회사원 김모씨는 출근 좌석버스를 타면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밤새 들어온 이메일을 확인하고,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공지사항을 확인한다. 때론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고 부장 앞으로 결재를 요청하기도 한다. 출근 좌석버스에서 간단하게나마 업무를 처리하면 오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덜하다. 예전처럼 사무실로 허겁지겁 뛰어가는 대신 사내 헬스클럽에 들러 간단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도 벌 수 있어 좋다.
내년 상반기에 서울 부산 등 일부 대도시에서 휴대인터넷(WiBro·Wireless Broadband Internet) 서비스가 실시되면 벌어질 가상 장면이다. 언제 어디서나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휴대인터넷 서비스는 또 한번의 유비쿼터스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 휴대인터넷이란
현재 이동중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네스팟’ 등 무선LAN 서비스가 있지만 기지국 반경이 100m에 불과해 이동 중 사용에는 불편하다. 또 다른 인터넷 서비스인 ‘준’(june) ‘핌’(fimm) 등 이동통신사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는 전송속도가 낮고 요금이 비싸 사용자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휴대인터넷은 두 가지 서비스의 단점을 보완, 시속 60㎞ 이상으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도 노트북, 개인휴대단말기(PDA), 휴대폰 등으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 도달 반경이 1㎞ 가량인 셀 기지국을 도심 곳곳에 설치, 기지국과 기지국을 넘어가도 서비스가 끊기는 ‘핸드오프’ 현상이 없다. 요금은 현재의 유선 초고속인터넷 요금보다 낮은 월 3만~4만원이 될 전망이다.
◆ 의의와 전망
인터넷은 정보기술(IT) 산업의 기본이 되는 서비스지만 기본적으로는 실내 유선 서비스에 머물러 불편을 주고 있다. 따라서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실시되면 이는 인터넷이 실내외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서비스로 변신하게 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ID) 발표에 따르면 휴대인터넷 가입자는 서비스 시작 첫 해인 2006년 60만명, 2010년에는 900만명으로 포화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휴대인터넷의 전체 매출액도 2006년 1,200억원에서 2010년 7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휴대인터넷 사업 허가를 받은 업체는 KT, SK텔레콤, 하나로텔레콤 등 3곳이며 KT가 이들 3개 사업자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말 부산 지역에서 시범서비스를 한다. 사업자별 정식 상용화 예정일은 KT가 2006년 4월,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2006년 6이다.
◆ 통신업계 영향
유무선 통신업계의 선두인 KT와 SK텔레콤이 처음으로 이 시장에서 정면대결을 벌이게 된다. KT와 SK텔레콤은 그동안 경쟁관계이면서도 사업영역이 달라 직접 맞부닥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휴대인터넷 사업에서 처음으로 두 기업이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한편 휴대인터넷은 무선인터넷, 화상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과 일정 부분 경쟁관계에 있지만 각각의 서비스가 장단점을 갖고 있어 어느 쪽이 우위에 서게 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 휴대인터넷은 정보검색, 이메일, 인터넷서핑 등 양방향 서비쉽스이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비디오, 오디오 정보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여서 두 서비스는 일정 부분 보완관계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휴대인터넷 서비스 실시로 유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민주기자 mjlee@hk.co.kr
■ KT/ 주파수 우수…내년 4월 가장 먼저 서비스
KT는 사업자 심사에서 1위를 차지한 업체가 주파수 대역을 먼저 고른다는 원칙에 따라 주파수 품질이 우수한 2번 대역을 확보, 휴대인터넷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메가패스를 운용하면서 쌓아온 노하우와 자회사인 KTF의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창출되는 시너지로 승부를 건다는 계획이다.
KT는 2006~2008년 3년간 휴대인터넷 사업에 1조원을 투자, 올 하반기에 부산 지역에서 서비스를 실시하고 내년 4월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 84개 도시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KT가 이처럼 휴대인터넷 사업에 적극적인 것은 그룹의 양대사업인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것과 무관치 않다.
KT는 장비업체, 중소기업 등과 협력해 관련 산업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삼성전자 등과 휴대인터넷 시스템 개발에 공동 참여하고 있으며, 국내 휴대인터넷 사업자 협의체인 범휴대인터넷협의체(PII)를 주도해 중소기업의 휴대인터넷 기술개발 협력도 지원해왔다.
장기적으로 KT는 휴대인터넷에 광대역통합망(BcN)을 연계하고 차세대 인터넷 주소체계 ‘IPv6’를 도입해 유무선 통합 네트워킹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메가패스, 네스팟 등 기존의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연계, 고객 수요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다. KT는 "휴대인터넷을 그룹 차원의 미래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회사 역량을 집중해 향후에도 통신업계의 대표기업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 SK텔레콤/ 기존 인터넷 콘텐츠 연계 시너지 극대화
SK텔레콤은 국내 최대 이동통신 업체라는 강점을 활용해 투자비 절감과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선도해나간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2006년 6월 서울에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해 2009년에는 84개 도심 수요 밀집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기지국, 교환국, 전송망 설비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약 7,000억원의 투자비를 절감한 상태며, 향후 하나로텔레콤과 기지국을 공용화하고 공동망을 구축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추가로 절감해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휴대인터넷 사업 성패의 관건이 요금에 있다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요금제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는 계획이다. 상용화 초기에는 완전 정액제를 한시적으로 선보이고, 상용화가 자리잡으면 기본료를 내면 기본 사용량을 부여하는 부분 정액제를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기존의 이동통신 서비스 및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과 연계한 결합상품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기존 서비스들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도 갖고 있다.
네이트닷컴 등 뛰어난 무선인터넷 콘텐츠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영상, 음악, 게임,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제공하게 된다. SK텔레콤측은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면서 축적해온 다양한 노하우는 어느 사업자도 따라잡을 수 없는 경쟁력의 원천"이라며 "현재 이동통신으로 제공하는 4,670개의 메뉴와 68만개의 콘텐츠를 휴대인터넷에 적용해 초기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하나로텔레콤/ 유선 서비스 노하우 무선 적용 ‘히든카드’
하나로텔레콤은 유무선 업계의 강자인 KT, SK텔레콤과 휴대인터넷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휴대인터넷은 처음 뛰어든 무선사업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로텔레콤은 최근 두루넷 인수를 계기로 확보한 약 400만명의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를 바탕으로 다양한 유무선 결합 상품을 내놓고 유선 서비스의 노하우를 무선에 적용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KT, SK텔레콤이 계열사의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등 유사 서비스와의 중복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하나로텔레콤이 의외의 선전을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2001년부터 휴대인터넷 시스템 실험국을 운용해오면서 다양한 핵심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은 2006년초 서울 강남·송파구 지역에서 휴대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6월에 서울 및 광역시를 대상으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08년 1월까지 전국 84개 도시에서 서비스 제공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하나로텔레콤은 휴대인터넷 사업을 시행하면서 기존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보유한 대용량 인터넷 백본망과 시내외 광선로, 무선 가입자망을 활용하고 필요할 경우 SK텔레콤과 공동망을 구축해 초기 투자비를 최대한 절감할 계획이다. 요금은 휴대인터넷 단독 서비스를 전제로 정액제 기반의 부분 종량제를 고려하고 있으며, 유선 초고속인터넷과의 번들 요금제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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