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기능융합) 휴대폰은 이제 몇몇 ‘얼리 어답터’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시작과 함께 위성·지상파 DMB폰이 본격 출시되고, MP3 플레이어와 3차원 게임 기능을 내장한 엔터테인먼트폰, 각종 건강 관리 기능을 내장한 웰빙폰이 대거 보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컨버전스 휴대폰이 ‘필수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우리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컨버전스폰의 기본이 되는 것은 디지털 카메라 기능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국내에서 판매되는 휴대폰은 기본적으로 사진 촬영 및 동영상 촬영 기능을 갖추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앤큐리텔은 이미 카메라 기능이 없는 일반 휴대폰의 개발과 생산을 중단했다. 한국 업체들이 주도한 휴대폰 고급화 바람에 힘입어 해외 수출품에도 모두 카메라 기능이 내장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130만 화소폰이 기본으로 자리잡으면서 카메라폰은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의 기능을 겸비한 ‘캠코더폰’으로 진화해 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500만 화소폰을 개발한 이래, LG전자와 팬택앤큐리텔도 상반기 중으로 400~600만 화소폰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고화소 카메라폰 시대를 연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고화소 만으로는 카메라폰의 이미지 품질을 높이기 힘들다"며 "광학 줌 기능의 렌즈 모듈과 고성능 이미지 처리칩을 장착한 130만~300만 화소급 카메라폰도 계속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MP3 플레이어 기능도 보편화하는 추세다. MP3폰은 지난해까지 60만원대 이상의 고급 제품군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30만원대 보급형 신제품에도 MP3 플레이어 기능이 기본적으로 내장되고 있다. 이는 휴대폰의 멀티미디어 처리 능력이 점점 향상되면서 별도의 부품 없이도 소프트웨어적으로 MP3 파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된데다, 휴대폰에 기본 탑재되는 메모리양이 대폭 늘어나 MP3용 추가 메모리를 따로 설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3차원(3D) 게임폰과 웰빙폰은 각각 게임 마니아와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제품이다. 지난해 팬택앤큐리텔이 전용 게임폰을 출시한 이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100만 폴리곤 급의 고해상도 3D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는 게임폰을 개발해 국내 출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게임폰의 경쟁 상대는 노키아의 ‘엔게이지’, 소니의 ‘PSP’, 닌텐도의 ‘게임보이’ 시리즈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소프트웨어의 확보가 관건"이라며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와 협력해 휴대폰의 통신 기능을 십분 활용한 무선인터넷 게임을 만든다면 승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웰빙폰은 휴대폰의 ‘통신’이라는 고유 기능을 넘어서 의료기기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당뇨병 환자를 위한 혈당 측정 기능 휴대폰(LG전자), 만보기와 체지방 측정 기능 제품(삼성전자)이 등장한데 이어 운동 거리와 칼로리 소모량을 알려주는 스포츠 레저폰(팬택앤큐리텔) 등이 ‘컨버전스’의 진가를 선보인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삼성전자/ 디자인·기능 ‘명품’전략 고수
노키%B아, 모토로라와 더불어 세계 3대 휴대폰 업체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올해도 휴대폰 부문의 ‘월드퍼스트-월드베스트’(세계 최초·최고) 전략을 고수한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가장 먼저 만들고, 있는 제품이라면 가장 좋게 만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시한 500만 화소 카메라폰,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DMB)폰 등이 대표적인 예. 기능 뿐만 아니라 디자인도 세계 최고를 지향한다. 듀얼 폴더에서 슬라이드, 스위블(폴더가 360도 회전) 등 다양한 형식과 세련된 외형의 제품을 계속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최고가로 판매한다는 ‘명품’ 전략도 여전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무리 대규모 물량이 들어와도 적정 수준의 수익을 담보할 수 없으면 제품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어렵게 만들어놓은 최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망가뜨리느니, 아예 팔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이를 "직원들이 고생해서 만든 제품을 제값 받고 파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요즘 국내 시장에서 판매에 역점을 두고 있는 제품은 300만~500만 화소급의 MP3 카메라폰과 일명 ‘가로보기폰’ 등. 삼성전자의 500만 화소폰은 대당 90만원대이라는 초고가에도 불구하고 출시 1주일 만에 1만여대가 팔렸으며, 가로보기폰 역시 혁신적인 디자인에 힘입어 젊은 층으로부터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월에 출시되어 이미 1만5,000여대가 출고된 위성DMB폰도 최고 제품의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이미 상용화 준비를 마친 지상파DMB폰과 위성DMB폰 신모델도 소비자들에게 선보여 LG전자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밖에도 최근 유럽에서 올해의 제품상을 받은 블루블랙폰, 연속동작 인식폰, 3D 게임폰 등이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며 "2005년에도 애니콜 열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LG전자/ 3세대 휴대폰 세계 1위 우뚝
LG전자는 지난 한해 국내외에서 가장 두각을 보인 휴대폰 제조사였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분야에서는 간발의 차로 2위에 머물렀지만, 전체 휴대폰 판매량에서 세계 ‘톱 5’ 자리를 확고히 했다. 특히 3세대 휴대폰 분야에서 LG전자의 실적은 놀랍다. 세계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및 범용이동통신(UMTS) 휴대폰 시장에서 일본 NEC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연말에 미국 모토로라와 함께 공동 1위로 뛰어올랐다.
LG전자의 저력은 기술력과 생산력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의 휴대폰을 만들어 낸다는데 있다. 삼성전자처럼 ‘명품’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노키아처럼 단순하고 대중적인 제품에 주력하는 전략과는 또 다르게 최신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미국과 유럽에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휴대폰 제품 공급사중 하나로 부상했다.
LG전자는 올해에도 다양한 컨버전스 휴대폰을 선보인다. 특히 DMB 시대 개막에 맞춰 100만화소 이상의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기능을 탑재한 위성 및 지상파 DMB 휴대폰 모두를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위성DMB 폰은 삼성전자 보다 한 발 늦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과 한층 안정된 성능을 구현하기 위해 극비리에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발표한 지상파 DMB폰은 배터리 사용 시간과 수신 감도가 더욱 개선되어 서비스가 시작되는 5월께 본격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밖에도 세계 최고 성능의 3차원 그래픽 게임폰, 500~600만 화소급의 고화소 ‘디카폰’, MP3와 주문형 디지털 음악 재생 기능에 최적화된 뮤직폰, 일명 ‘어머나폰’과 함께 건강 관리 기능을 갖춘 웰빙폰 등을 지속적으로 선보인다.
■ 팬택계열/ 멀티기능·신개념 폰 ‘승부’
지난해 국내 최초의 ‘게임폰’과 ‘스포츠레저폰’ ‘말하는 휴대폰’ 등 개성 넘치는 컨버전스 휴대폰을 줄줄이 선보였던 팬택 계열은 올해에도 다양한 멀티미디어폰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팬택계열의 제품 철학은 ‘기술과 디자인의 컨버전스’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최신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편 소비자 편의를 극대화한 혁신적 멀티미디어폰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선봉에는 DMB 서비스로 대표되는 이동방송 서비스가 있다. 팬택계열은 위성·지상파 DMB폰을 상반기중 선보일 예정이다.
2005년 신제품에서는 100만 화소급(메가픽셀) 카메라와 MP3 플레이어가 기본으로 탑재되는 것이 특징이다. 휴대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이 강화됨에 따라 메모리 사용량도 높아지는 만큼, 기본 메모리를 대폭 늘리거나 추가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이 출시된다. 또 게임 전용폰, DMB폰, 무선인터넷(WiFi)폰, 스마트폰 시장이 열려 본격적으로 휴대폰 단말기의 기능과 %B서비스가 음성에서 데이터 전송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신개념 단말기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선보인 근거리 통신 기능의 ‘지그비 폰’이 대표적이다.
팬택계열은 2006년 세계 5대 휴대폰 생산업체로 발돋움 하기 위한 해외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팬택계열은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2,500만대 수출을 목표로 유럽과 중남미, 중동 시장을 적극 공략키로 하고 2004년 100만대 수준에 그쳤던 해외 생산도 대폭 늘려 수요 확대에 대응키로 했다. 팬택계열 박병엽 부회장은 "팬택계열이 세계적인 업체로 거듭나려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라며 "해외 시장에서 독자 브랜드 진출을 강화하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최고 품질의 제품을 계속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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