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전 태극기가 한반도를 뒤덮었던 날인 1일 오전 부산 수영만요트경기장. ‘지진 없는 우리 독도 섬나라와 안 바꾼다’라는 현수막을 건 요트 위에서 각종 장비를 꼼꼼히 챙기며 출항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독도 수호대’ 대원들의 눈빛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최근 일본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 영유권 주장’ 등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기 위해 이들은 거친 파도와 험상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이날 낮 독도를 향해 돛을 올렸다.
주인공들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요트 국가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박기철(44) 대한요트협회 외양세일링위원회 위원과 수영만요트클럽 권상수(33) 총무, 박 위원의 후배 정홍제(42)씨, 이화여대 강사 서동화(52)씨, 회사원 공보성(31)씨 등 남자 5명에 유일한 여성으로 참가한 요트선수 이세미(25)씨 등 6명.
낮 12시30분 "독도는 우리 땅, 대한민국 만세, 한국요트 만세"를 3번 외친 대원들은 30피트(9.5c)의 경기용 레이싱 보트 ‘수영만 3호’를 타고 출항했다. 이들은 30여 시간의 항해 후 2일 오후 늦게 독도에 도착,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을 규탄하는 ‘독도 지키기’ 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요트 경력 25년인 박 위원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려운 여정이지만 대원들은 "그래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엄지를 곧추세우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독도 수비대원들에게 요트 항해 기념 티셔츠 30장을 선물로 전달하고 "독도를 굳건히 잘 지켜 달라"는 당부의 말을 건넨 뒤 3일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요트와 바다를 사랑하는 이들이 독도행을 결정한 것은 최근 주한일본대사의 ‘다케시마 발언’ 등으로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있던 가운데 3·1절을 맞게 되자 박 위원이 지난달 26일 요트클럽과 인터넷 동호회 등에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박 위원이 "우리 손으로 우리 땅인 독도를 다녀오자. 본때를 보여 주자"고 호소하자 동료들의 성원이 빗발쳤고 어렵지 않게 ‘독도 수호대’가 결성됐다. 대원들은 독도에 가려면 반드시 필요한 입도(入島) 허가서조차 일부러 제출하지 않았다. 박 위원은 "독도가 우리 땅이면 우리 마음대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일부러 허가서도 내지 않았다"면서 "우리나라 땅이 분명한 독도를 일본이 자기 땅이라는 우기는 어불성설에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독도 수호에 유일한 여성으로 참가한 이세미 선수는 "독도가 대한민국 땅이 분명한 만큼 더 이상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는 우를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며 "무사히 다녀와서 독도가 우리 땅이며 그 바다가 우리 영해라는 사실을 직접 증명해 보일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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