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 대상 상습 성폭력 범죄자의 사진과 주소까지 공개하도록 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성폭력 범죄자의 신원을 지나치게 노출, 인권을 침해하고 갱생을 막는 부작용을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입법 자제를 요청,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보공개 확대를 요구하는 여성계 등과 논란이 예상된다. 적정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폭 넓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찬반 어느 쪽이 옳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성폭력 범죄자의 이름 생년월일 범죄사실을 공개하는 현행법도 위헌논란이 많았다. 헌법재판소도 헌법소원 심판에서 위헌결정 정족수 미달로 합헌 결정을 했지만, 재판관 9명이 합헌 4명과 위헌 5명으로 나뉘었다. 그만큼 성폭력 예방과 범죄자 인권보호의 두 가지 명제에 모두 충실하기는 어렵다.
개정안의 명분은 지금처럼 이름과 나이만을 공개해서는 재범 위험이 큰 상습 범죄자로부터 잠재적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규정은 성범죄자를 잘 아는 주변에 범죄사실을 알려 공개 망신을 주는 효과만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점은 신상공개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제기한다. 성범죄 예방과 교화 효과는 의심스러운 반면, 범죄자 자신과 가족까지 지나치게 가혹한 정신적·사회적 불이익을 겪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소년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 비춰, 실질적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하는 사진과 주소 공개는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공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잠재적 범죄자를 효과적으로 관리, 재범과 피해를 막는 것이다. 이 과정에 부당한 인권침해가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큰 명분만 다투기보다는 구체적 방안의 장단점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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