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변화의 바람이 레바논으로 불어닥치고 있다. 레바논의 친 시리아 정권은 28일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 피살 이후 정권퇴진을 요구해 온 반정부 시위에 굴복해 내각 총사퇴를 발표했다.
오마르 카라미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정부가 국익에 걸림돌이 되지 않기 바란다"며 내각 총사퇴를 선언한 뒤 에밀 라후드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라후드 대통령은 즉각 사표를 수리, 지난해 10월 하리리 총리 사퇴로 정권을 잡은 카라미 내각은 4개월 만에 붕괴했다.
레바논 야당과 반 정부단체는 "다음 차례는 라후드(대통령)와 바샤르(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라며 "정부 퇴진 이후에도 시리아군이 레바논에서 완전 철수할 때까지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서방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위불허 방침에도 불구, 정권 퇴진까지 이끌어낸 반 정부시위는 "이슬람권에서의 첫 피플파워"라고 평가한 뒤 "팔레스타인·이라크에서의 민주선거로 촉발된 중동 민주화가 레바논 반정부 시위로 궤도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중동에 자유를 확산한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 중동구상’이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됐으며 이 같은 민주화 흐름은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등 걸프만의 왕정국가에도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폴라 도브리안스키 미국 국무부 지구담당 차관은 이날 레바논 시위를 "백향목(Cedar·레바논 국기 문양) 혁명"이라고 명명한 뒤 "이는 (중동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추구하고 통합시킬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리아의 강력한 지지를 받던 카라미 정권이 무너짐으로써 각 종파가 복잡하게 얽힌 레바논이 다시 내전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975년부터 15년간 내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레바논은 시리아가 군대를 파병해 정부조직과 치안을 장악하고 종파간 권력 분점을 이끌어냄으로써 불안하나마 평화를 유지해왔다.
앞서 레바논 야당 등은 하리리 피살 배후에 시리아 정부가 개입돼 있다고 주장하며 시라아군 철수, 정권퇴진 운동과 함께 총파업을 촉구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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