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영업중인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외면한 채 상대적으로 대출손실 위험도가 낮은 가계대출 영업에만 집중하는 등 금융기관의 공익적 역할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투기성 외국자본 유입의 영향과 대응 방안’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외국계 은행의 기업대출 비중은 46.7%로 1999년의 74.3%보다 27.6%포인트 줄었다. 반면 가계 대출은 99년 23.5%에서 2003년 52.4%로 28.9%포인트나 급증하며 기업 대출 보다 비중이 커졌다.
보고서는 대부분 해외사모투자펀드에 인수된 외국계 은행이 리스크가 높은 기업대출을 축소하는 대신 가계대출을 늘리면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자금 공급기능이 크게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외국계 은행들이 금융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정책에 무임 승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자본이 국내기업을 인수하면서 무리한 감원과 핵심자산 매각, 고액배당,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투자대상 기업의 성장성을 저해하고 경영간섭과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영 안정성도 위협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그러나 "외국계 자본은 국내 인수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했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시장의 기업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주주이익 중시 풍토를 확산시켰으며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대외신인도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왔다"고 순기능을 함께 지적했다. 또 "투자한 자본을 조기회수하려는 외국 자본의 행태를 막을 경제 논리적 근거가 부족하며, 이런 조치들은 선진통상국가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상치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는 "따라서 투기성 외국 자본의 부작용을 이유로 외국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 등에 대해 추가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개방 기조는 유지하면서 사모투자회사(PEF) 활성화,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 등을 통해 국내 자본의 기업인수능력을 제고하고 국내 자본의 증시유입을 확대하는 한편, 금융기관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배당 제도 개선 등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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