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의 후진성이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은 수출 호황으로 큰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부품과 소재를 제공하는 중소기업들은 고가의 핵심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면서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1일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몃르면 전체 수출에서 부품·소재산업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8년 29.3%에서 지난해(1~11월)에는 45.8%로 크게 높아졌다. 2003년을 기준으로 제조업 생산에서 부품·소재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38%, 종사자 수 비율 역시 46%나 됐다.
이같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질적으로는 ▦생산성 저조 ▦수출의 소수품목 집중 ▦원천기술 부족 등 구조적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다. 부품·소재산업의 1인당 생산액(2003년 기준)은 2억원으로 제조업 전체 평균 2억5,000만원의 80%에 불과했고, 10대 부품·소재 품목의 수출 집중도(0.011)는 일본의 2배에 달했다.
특히 원천기술의 부족 탓에 정보기술(IT) 등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을 통해 창출된 부가가치가 고스란히 해외로 다시 유출되고 있다. 산업연관분석(2000년)에 따르면 영상·음향·통신기기나 컴퓨터기기 등 IT업종의 수입유발계수는 0.47~0.55로 일본(0.13)의 4배에 육박한다. 1,000달러를 수출할 경우 470~550달러는 해외에서 핵심 부품 등을 수입하는데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대일 무역적자의 70~80% 가량은 반도체 등 IT 분야를 중심으로 한 부품·소재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부품·소재산업의 대일 무역적자는 158억8,000만달러로 전체 대일 무역적자의 71.1%에 달했다. 중국의 기술력도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주항공 등 99개 미래 핵심기술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기술 격차가 2.1년 정도로 좁혀진 상태다.
보고서는 "수출과 내수를 잇는 주요한 연결 고리이면서 중소기업이 주된 생산 주체인 부품·소재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않으면 수출과 내수,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인 경쟁력 확충에 나서지 않을 경우 일정 단계에서 성장이 정체되는 ‘저성장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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