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의 개혁을 서두르지 않으면 국민의 삶이 재난에 처하는 시기가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어제 내놓은 보고서에서 "금리하락 등에 따른 기금운용수익률 하락으로 국민연금 재정이 2031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2042년이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차질없이 연금을 주기 위한 책임준비금이 2004년을 기준으로 278조원에 달하나 실제 적립금은 131조원에 불과해 소득파악률 개선과 적정 회계원칙 수립 등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국민연금을 둘러싼 대부분의 사회경제적 논의는 정부 주도의 국민연금발전위가 추산한 ‘2035년 적자 전환, 2047년 완전 고갈’을 토대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성장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저금리 기조가 대세로 자리잡는 추세인 만큼 국민연금 대란의 조기 도래를 경고한 KDI의 지적이 한결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로 ‘저 부담, 고 수혜’로 잘못 짜여진 현행 제도를 혁파하고 눈앞에 닥쳐온 고령사회를 떠받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2년 가까이 진행해 온 논의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기득권에 얽매여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연금지급액을 생애 평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추는 여당안과 노인 전체에게 일정액의 기초연금을 주자는 야당안은 상호 불신으로 2월 국회의 심의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물론 개인의 삶뿐 아니라 세대 및 계층 갈등, 국가발전전략 등 다양한 측면을 가진 국민연금 문제를 섣부르게 처리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미 해답의 방향이 나와 있는 문제에 대한 결정을 늦추는 것은 책임방기다. 노무현 대통령도 최근 국정연설에서 시민단체의 양보와 책임까지 거론하며 국민연금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사회 전체의 각성과 지혜가 요구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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