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라크 바그다드 남부 힐라의 시장에서 자살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125명이 죽고 200여명이 부상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 같은 희생자 수는 단일 테러에 의한 것으로는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최악이다. 이날 테러로 총선 이후 내연(內燃)하고 있는 시아파와 수니파 간 종파갈등이 표면으로 분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돼, 이라크 정국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졌다. 부상자들이 치료받는 힐라의 병원 주변에는 격앙된 시아파 주민들이 몰려 들어 "알라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테러범은 폭탄차량을 몰고 한 종합병원에서 공무원 임용 신체검사를 받으려는 대기자들의 행렬로 갑자기 돌진했다. 힐라의 경찰관계자는 "이들이 경찰관이나 이라크 방위군으로 취직하려는 지원자들이었다"고 전했다. 폭발 현장은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힐라의 시장 상가 인근이어서 ‘월요일의 힐라’를 피로 물들였다. 폭발 직후 길 바닥에는 시신이 나뒹굴고, 피를 흘린 채 죽어간 사람들이 겹겹히 쌓여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차량에는 수십kg의 강력한 폭탄이 장착돼 있어 폭발 후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
이번 테러는 2003년 3월 이라크전 이후 단일 테러사건으로는 최악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기록은 2003년 8월 나자프의 이슬람사원에서 차량 폭탄이 폭발해 아야툴라 알 하킴을 포함한 83명이 사망한 테러사건이다. 작년 3월에는 바그다드와 힐라의 서쪽에 위치한 카르발라에서 170여명이 사망했지만, 이는 여러 건의 테러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결과였다.
이라크에서는 새 정부에서 공직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테러의 표적이 돼 왔다. 특히 이번 테러는 수니파 무장세력이 총선 후 차기정부 구성을 주도하는 시아파를 겨냥해 자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힐라는 바그다드 남쪽 100km에 위치한 도시로 시아파가 다수를 점하는 지역이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이번 테러는 이라크 정부측이 수니파 무장세력 지도자들을 잇따라 체포하면서 반군이 패퇴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 나온 것이다. 무장세력으로선 이라크 내외에 자신들의 건재를 재확인시킨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북부 키르쿠크 유전의 송유시설이 파괴돼 터키로의 석유수출이 중단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미군도 1명이 반군의 총격으로 사망해 이라크전 이후 미군 사망자는 1,137명으로 늘어났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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