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의 꽃 무궁화가 사이버 공간에서 100만개의 꽃봉오리를 틔운다. 사단법인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인터넷 상에 무궁화를 피우는 이색 캠페인을 시작했다. 흙도 물도 없는 가상의 공간에 어떻게 무궁화를 심을 수 있을까. 해답은 온라인 게임으로 재창조한 ‘디지털 무궁화’다. 한국이 온라인 게임의 종주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가장 한국적인 방법으로 나라꽃 사랑을 표현하는 셈이다.
‘온라인 100만 그루 무궁화 피우기 캠페인’으로 명명된 이번 행사는 인터넷 ‘무궁화 홈페이지’(www.mugunghwa.or.kr)에서 벌어진다.
무궁화 홈페이지에는 무궁화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가입할 수 있는 ‘무궁화 키우기’ 온라인 게임이 올려져 있다.
무궁화 키우기는 일종의 사이버 육성 게임으로, 과거 유행했던 ‘다마고치’를 닮았다. 게임을 시작한 첫날은 화단에 무궁화 씨를 뿌리고, 이후부터는 하루에 1~2번씩 꾸준히 무궁화 키우기 게임에 입장해 물도 주고 거름도 주는 일을 반복한다. 날이 지나면서 싹이 트고 조금씩 무궁화 나무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정성스레 돌봐주는 날들이 최소 45일에서 최대 80일 정도가 지나면 아름다운 무궁화 꽃이 활짝 피어난다.
한국고유문화콘텐츠진흥회 김영만 이사는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도시 문화에서 무궁화를 직접 심어 키우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한 무궁화 육성 게임을 생각해 내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특히 나라꽃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청소년과 네티즌들의 관심을 쉽게 유발할 수 있어 많은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무궁화 키우기 게임 내에서는 8만여 그루의 사이버 무궁화가 자라고 있으며, 진흥회측은 100만번째 무궁화가 피어날 때까지 행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는 식목일에는 온라인에서 무궁화를 키운 이들을 초청해 진짜 무궁화 묘목 1만 그루를 심는 행사를 갖고 ‘무궁화 사랑 백일장’ 등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무궁화 선양을 위한 ‘무궁화 사랑 201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일제 시대부터 근 100여년간 왜곡돼 온 무궁화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로 세우자는 것이 주목적이다. 무궁화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나라꽃이지만, 무관심과 편견에 가려 우리 주변에서 무궁화를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이 진흥회측의 설명.
진흥회 관계자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무궁화는 촌스럽다’ ‘진딧물이 많아 지저분하다’ ‘서양꽃에 비해 아름답지 않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며 "이는 대부분 민족정기 훼손을 위해 일제가 날조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일제는 ‘무궁화를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서서 죽는다’ ‘몸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는 등 무궁화에 대한 미신까지 조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흥회 김상수 사무총장은 "요즘처럼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일이 많을 때일수록 역경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꽃을 피우는 무궁화 정신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며 "이번 캠페인을 통해 무궁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 무궁화가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나라꽃으로 거듭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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